[빈사상태 빠진 지방 부동산] 기반산업 쇼크에 공급 과잉…군산·울산·부산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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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윤지은 기자
입력 2018-08-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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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 대책 이후 전반적 매수심리 위축된데다 지역 지탱산업 흔들리는 점 치명타로 작용

  • 호가 빠진 급매물에도 수요층 '요지부동'…추가하락 기대심리 팽배

지난 5월 폐쇄된 전북 군산시 한국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1. "최근 몇 년간 새만금 개발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었는데 올초 '제너럴모터스(GM) 쇼크'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지역 고용시장이 붕괴돼 일대 부동산은 물론 상권까지 모두 침체돼 있어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 전북 군산시 미장동 B공인중개사 대표.

#2. "부산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선도했었는데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질 않습니다. 해운대 일대에 호가가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지만, 매수자들은 관심이 없어요." - 부산 해운대구 우동 G중개사 관계자.

부산 군산 울산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졌다.  8·2 대책 등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된데다 지역을 지탱하던 산업기반마저 무너지면서 부동산시장이 깊은 불황에 따져들고 있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요기반이 붕괴된 상태다.

19일 한국감정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8·2 대책 직전 시점인 7월 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1년간 지방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일대가 3.24%, 전국 평균이 0.5%로 올랐는데 지방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군산 일대는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에 이어, 올해 2월 GM 군산공장 가동 중단 발표로 유탄을 맞으면서 주택 시장이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GM 철수로 일자리를 잃은 인원은 계약직을 포함해 약 2000명이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명 이상에 달한다. 또 작년 현대중공업 공장 폐쇄로 실직한 인원도 약 5000명에 이른다. 군산이 인구가 약 26만명임을 감안한다면, 산술적인 GM 및 현대중공업 실직 인원만 전체 5% 이상이다.

실직자가 증가하는 만큼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나운동 일대 1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 '금호타운 1차’ 전용면적 84.79㎡는 연초 1억1750만원이었으나 이달 1억250만원 선으로 1500만원가량 하락했다.

수송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GM, 현대중공업 폐쇄 여파로 최근 1년간 일대 아파트 가격이 5000만~6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나운동 일대는 수송동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덜 빠져 상황이 조금 낫지만 역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원룸이나 투룸 건물의 경우 예전에도 공실이 많은 채로 거래됐지만, 최근엔 인구 유출이 더해져 공급 과잉 양상이 더 심화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나운동 S중개업소 관계자는 "군산은 끝에서 끝까지 닿는 데 차량 30분 정도면 충분할 정도로 면적이 넓지 않아, 입주 여파가 전역에 미친다"며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에도 빈집이 많은데 연내 조촌동 일대에 850가구가 추가로 공급된다. 기존 주택의 매매는 물론 전세까지 동반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울산 아파트값은 최근 1년 동안(올해 7월 기준) -6.23%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자동차·조선 등 울산 지역의 주력 산업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구 유출이 심각해진 탓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을 빠져나간 인구는 1만2100명인데 이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탄력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반면 공급 물량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시장 침체에 한몫 하고 있다. 내년까지 울산에 공급될 입주 물량은 1만6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택지인 울산 송정지구는 무려 7000가구가 넘는다.

실제로 송정지구에서는 분양가보다 밑도는 매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거래에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산동 H공인중개사는 "송정지구가 일대 집값을 하향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북구에서는 작년 이맘때 3억원 갔던 단지가 현재 2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침체 정도가 가장 심각한 곳은 동구이며, 그 다음은 북구 정도다. 특히 동구는 최근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가동 일시 중단 악재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거래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부산은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1년 전보다 아파트값이 1.9% 하락했다. 특히 고급 아파트 및 초고층 단지가 즐비해 많은 투자수요를 끌어 모았던 해운대구의 경우 같은 기간 -3.09%로 낙폭이 더 컸다.

부산 일대의 하락세는 기간산업의 침체보다 정부 규제에 따른 가수요의 이탈 가속화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청약시장이 급격히 잠잠해지는가 하면, 초고층 아파트 및 대단지가 밀집한 부촌 단지의 호가도 크게 빠지는 추세다. 실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145.81㎡의 경우 작년 8월 10억5000만원 이상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이보다 1억원 낮은 급매물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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