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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우 변호사의 리걸테크 바로알기⑤] '디스커버리' 도입, 법률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한지연 기자입력 : 2018-08-18 01:00수정 : 2018-08-18 01:00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디스커버리' 제도 필요성 '활활' 해외서는 이미 ‘e디스커버리’ 활성화…국내서는 도입 초읽기 기업들 e디스커버리에 대비한 정보 관리 메뉴얼 등 변화 필요

[사진=안진우 변호사. 아주경제 DB]


'BMW 차량화재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 논의가 다시 불 붙고 있다. 실제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그 결과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모두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즉,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해 스스로 입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증거를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피해액 산정을 이유로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의무적으로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공정거래법에 도입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법 집행 체계 개선 TF 논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열었다. 이는 민사소송이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별도의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해 증거 수집과 조사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지도록해 소송 당사자의 증거 수집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분쟁의 빠른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소제기 전에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절차로 현행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증거보전을 신청해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분쟁 당사자는 상대방이 증거를 갖고 있는지, 증거가 은폐되는 등으로 보전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등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때문에 이를 이용한 사건은 184건(2014년)에 그쳤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당사자가 민사상 다툼과 관련이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소송 당사자에 이익이 있다는 점만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증거확보가 가능하다. 제도가 도입되면 증거 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억울한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본안 재판 전 필수절차로,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 자료를 각각 수집·개시해 서로 공개하도록 한다. 

이는 법원 사건 심리 전에 당사자와 판사가 증거를 확인하고, 소송의 핵심 쟁점을 사전에 정리한 후에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미국의 경우 재판의 90% 이상이 사건에 대한 실질 심리가 이뤄지기 전에 화해나 조정으로 결론난다. 증거개시 단계에서 판결의 향방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증거의 수집 및 제출은 ‘성실하고 정확하게 정해진 기한 내'로 요구되고, 증거를 숨기거나 제출을 지연할 시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이에 따라 소송 당사자가 된 기업은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기까지 관련 정보에 관해 정보 관리, 해당 정보 식별, 증거보존조치(Litigation Hold), 해당 정보의 가공·처리·심사·분석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보존 조치다. 증거보존 조치는 증거가 되는 정보의 부적절한 변경이나 파기를 막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전부 수집·보존하는 것이다. 정보가 증거로 제출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일체의 위·변조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고의성의 유무와 관계 없이 증거보존 조치 기간 중에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있으면 증거 은닉 행위로 간주돼 거액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실제 2012년 국내 업체 코오롱은 듀폰에 대해 9억 1990만 달러(약 1조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미국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았다. 그 이유는 영업비밀 침해였으나 재판 과정에서는 코오롱측이 사건과 관련된 이메일 1만 여 건을 삭제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이 소송 과정에서 기업정보를 임의로 처리하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잠재적으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모든 기업정보를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절차를 구비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취급 기준을 정한 것이 ‘e디스커버리(e-Discovery)’, 즉 ‘전자정보개시(Electronic Discovery)’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증거가 되는 정보 역시 디지털화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개시 대상이 되는 정보 역시 디지털화 됐다. 때문에 전자정보개시의 대응하는 기술로서 리걸테크가 개발돼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e디스커버리에서 증거보존 조치는 기업이 소송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전 사원에게 “X월 X일까지의 메일을 지우거나 수정하면 안됨"을 내용으로 하는 메일을 일괄 발송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직접 대상이 되는 정보 역시 과거 서류나 메모 수첩 등의 인쇄자료에서 이메일·스마트폰·SNS·커뮤니케이션 툴 등으로 확대된다.

e디스커버리는 다양한 포맷의 디지털 데이터를 관리·수집·보전해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형성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도 시행에 앞서서 디지털정보의 관리·분석 기술에 대한 적응이 필수다. 

미국의 경우 디스커버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1년 910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 9200만 달러로 4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도 2015년 38억 2800만 달러에서 2019년 57억 6300만 달러 수준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시장이 리걸테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증거는 형사절차에서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을 통해 중요한 증거로써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고, 민사절차에서는 e-디스커버리를 통해 증거 확보를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증거재판주의의 현실화를 가져올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일본 AOS그룹(AOS리걸테크·AOS테크놀로지스·AOS데이터), 리걸테크 주식회사, 주식회사 디피이, 의료법인 호준의료재단과 경동의료재단의 ‘메디테크 블록체인’ 등의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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