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봉침 사망’이 키운 의사·한의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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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8-08-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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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5월 부천의 모 한의원에서 봉침(벌침)을 맞고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이 최근 화제가 됐다.

유족 측이 이번 사건을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어 관심은 더 커졌다.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 A씨(39·여)가 한의사 L씨의 권유로 봉침을 맞았는데, 이내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에 빠져 결국 사망했기 때문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꽃가루, 약제, 곤충 등을 통해 특정 항원에 접촉된 후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이는 에피네프린 성분을 주사하고 산소를 투여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하면 사망률이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A씨는 쇼크로 인한 심정지 후 병원 이송까지 50분 정도가 걸렸다. 부천오정경찰서는 A씨에 대한 처치가 제때 제대로 됐는지, 봉침을 맞기 전 쇼크 관련 테스트가 있었는지, 어떻게 봉침을 맞게 됐는지 등을 놓고 조사 중이다.

그런데 이슈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커졌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봉침 등 약침에 대한 안전성까지 논란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까지도 일으켰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국민들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봉침에 대한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한의원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봉침을 비롯한 모든 약침은 안전성과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한약 등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봉침이 각종 통증과 염증질환 및 면역질환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반박했다. 수많은 학술논문과 연구결과를 통해 검증됐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의학과 관련한 이 같은 근본적인 의심은 사실상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의학은 과학적‧근거 중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한의학은 오랜 역사에 비해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방에 대한 검증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한의사마다 치료하는 의료행위부터 처방하는 한약에 대한 모든 안전성과 유효성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의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한의약 산업을 육성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여기에 한의계가 발을 맞춰야 한다. 한방의 과학화와 산업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신뢰가 향상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의료시장에서 한의학이 차지한 비율은 3.5%가량이다. 과거 호기를 누렸던 한의원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제는 TV 속에서 허준이나 장금이가 침을 놓는 장면도 찾기 어렵다. 한방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오해를 바로잡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한의계의 자성(自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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