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아카이브·영상이 대세 된 현대미술"..'올해의 작가상 2018'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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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8-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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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11일 부터 11월 25일까지 현대미술관 서울관 1, 2전시실

  •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유망한 현대 작가 지원 중점"

  • -정은영 구민자 정재호 옥인콜렉티브(진시우 이정민 김화용) 후보 작가 참여


아카이브(archive)는 '기록 보관소'를 뜻하는 용어로 정보통신 분야는 물론 인문, 예술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재제작'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창작을 했던 과거와 달리 관련 사진, 영상, 텍스트, 오브제 등을 모아 아카이브를 만들고 이것들을 조합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팀)도 아카이브를 기본으로 비디오, 사진, 회화, 설치 등을 선보였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전통이나 근대화와 접목해 잊혔던 것을 발굴하고, 문명이 자연에 개입했을 때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을 살펴보고, 근대화 시기에 국가 정책이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며, 도시에서의 공동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분석했다.

[정재호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8'을 8월 11일부터 11월 25일까지 현대미술관 서울관 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올해의 작가상 2018'은 추천위원단과 심사위원단을 별도로 위촉해 포트폴리오와 작가 인터뷰 등의 1차 심사를 거쳐 정은영, 구민자, 정재호, 옥인콜렉티브(진시우, 이정민, 김화용) 등 총 4명(팀)의 후보작가를 선정하게 됐다.

심사위원단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수잔 코너 무담 룩셈브르크 관장, 왕춘쳉 중국 중앙미술학원미술관 부관장, 과우테목 마디나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동시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김성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전시사업본부장 등이 맡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에 참여한 김화용(왼쪽부터), 구민자, 정은영, 정재호, 이정민, 진시우 작가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팀)의 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하고, 최종 심사는 오는 9월 5일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은 전시실에서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받고, 의견을 취합하여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작가상은 전시이자 수상제도로써 미술계의 스타를 탄생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지 않고 한국의 유망한 현대 작가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작가 4인은 SBS문화재단에서 후원금을 각각 1000만 원씩 받았고, 홍보영상도 제작했다. 최종 수상 작가 1명(팀)은 추가로 후원금 1000만 원이 더 지급되며, SBS에서 현대미술 다큐멘터리로 제작·방영된다. 또 해외 프로젝트가 있으면 별도의 심사를 거쳐서 최대 2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올해의 작가상 2018'전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해마다 같은 전시를 하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며 "올해는 서인상 디자이너와 함께 그래픽 아이덴터티를 잡고 좀 더 참신하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전시를 만들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은영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에서 '유예극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라진 여성국극을 소환한 정은영 작가

정은영 작가는 여성만 출연한 일종의 창극인 여성국극에 주목했다. 여성국극은 1948년 여성 소리꾼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여성국악동호회'에 의해 시작돼 195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다가 1960년대 말에 사라졌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기다란 복도에 '보류된 아카이브' 작품이 놓였다.
오른쪽에는 작가가 여성국극에 관심을 끌게 된 여성국극 배우 조금앵의 사진이 커튼에 가려져 있고, 왼쪽에는 모니터를 통해서 조금앵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과거 신문에 나왔던 여성국극 광고와 여성국극 장면과 공연을 소개하는 포스터도 전시됐다. 여성국극 배우들의 이름과 친필이 담긴 액자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에 전시된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


정은영 작가는 "커튼 아래 숨겨져 있는 이미지가 실은 제가 2008년 처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들어 줬던 중요한 이미지이다" 며 "조금앵이라는 50년대 굉장히 유명했던 여성국극 주인공 배우를 처음 인터뷰하면서 이 여성국극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어 "그 당시에 조금앵 선생님께서 굉장히 자랑스럽게 보여준 사진이 바로 자기의 열렬한 팬과 결혼하는 장면을 가짜로 만들어서 연출한 사진이었다" 며 "이 선생님이 일생을 통해서 결혼을 3번이나 하고 3명의 아이를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한 어떤 사진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저는 굉장히 흥분시켰다"고 설명했다.

즉 팬과의 가짜 결혼식 사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여성국극 배우들의 수행적인 삶을 아카이브를 통해 추적했다.

전시장 안쪽에는 명동예술극장과 국립현대미술관 멀티 프로젝트홀에서 촬영한 34분짜리 미디어 작품 신작 '유예극장'이 전시됐다.

정 작가는 "한국 근대사 안에서 정치적 패권에 의해서 여성들만의 단체가 만든 여성국극이 전통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그냥 잊힌 역사를 가지고 있다" 며 "작품은 10년째 여성극국이라는 공연 장르의 연구자로서 비판적인 한 편의 논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과 대만, 일본에서 상영된 '변칙 판타지'와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가곡실격','나는 왕이야'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구민자 작가의 '전날의 섬 내일의 섬' ]



▶날짜변경선에서 하루를 두 번 살은 구민자 작가

구민자 작가는 문명이 자연에 개입했을 때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자오선과 180도 반대편에 있는 피지의 섬 타베우니를 다녀 왔다.
타베우니 섬에는 날짜변경선 표시가 있고 이 선을 중심으로 동쪽은 오늘이지만, 서쪽은 어제가 된다.
즉 날짜변경선 동쪽에서 하루를 지내고 다시 서쪽에서 하루를 지내면 하루를 두 번 살게 된다. 물리적으로 하루를 두 번 사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인간이 날짜변경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구민자 작가는 친구인 최수정 작가와 각각 날짜변경선 한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다시 위치를 바꿔서 24시간을 보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구 작가는 하루를 두 번 살게 됐고 다른 작가는 하루가 일생에서 없어지는 부조리한 상황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구민자 작가의 '전날의 섬 내일의 섬']


'전날의 섬 내일의 섬' 작품은 이 기묘한 2일간의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 영상 및 설치 작품이다.

실제로는 영상을 24시간씩 총 48시간을 촬영했지만, 미술관 관람 시간에 맞춰 평일 8시간, 주말 11시간으로 편집해서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오는 시간에 따라서 전부 다른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에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4채널 영상을 비롯해 날짜변경선 주변을 찍은 사진들, 발견한 오브제들, 하루를 건너뛴 날을 위한 물건들, 구민자의 두 번째 날을 위한 지시문, 신문, 퍼포먼스에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정재호 작가의 '인사동 빌딩']


▶정재호 작가, 60년대 과학기술진흥정책의 나비효과를 찾다

정재호 작가는 기존의 아파트를 그린 작품을 비롯해 '로켓과 몬스터'라는 설치 작품과 함께 정부기록사진, 영화와 만화 등 대중문화 속에 남겨진 이미지들을 한지에 그린 아카아브 회화 연작을 전시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전체를 강조한 국가주의 문화 속에서 개개인에게 주입된 특정한 사고방식과 관점을 드러냈다.

설치 작품은 커다란 로켓이 금방이라고 발사될 것처럼 서 있고 그 옆에는 라디오가 틀어져 있다. 커다란 조명탑에서는 조명이 비추고 있지만, 주변의 거친 땅과 돌들은 마치 여기가 달나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정재호 작가의 '회화 아카이브']


정재호 작가는 "1976년 윤승운 작가의 '요철 발명왕'이라는 만화의 에피소드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며 "로켓을 만들어서 달나라로 가는 장면이었는데 로켓이 폭발하면서 데굴데굴 굴러가서 개천에 빠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요철이의 로켓이 달나라에 실제로 갔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그린 회화 작업을 설치로 구현한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가 로켓이라는 테마를 이번 작업에 가져오게 된 계기는 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근대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과학기술진흥정책이 개인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주목하면서부터다. 과학기술에 대한 신화적인 생각의 이미지로써 로켓을 발견하게 되고 요철발명왕의 에피소드가 연결됐다.

"미국의 우주인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카퍼레이드 한다든지, 어린이 잡지를 통해서 비행접시를 부록으로 준다든지, 탐구생활을 하면 매 그런 내용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신화적인 생각들이 우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정 작가는 현재 사람들의 생각과 일어나는 사건들에 관심을 두고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원인의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60~70년대가 국가 정책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 시대에 굉장히 급격하게 진행됐던 근대화 속에 형성됐던 정신적인 것이 지금도 우리의 주변을 떠도는 유령이거나 앞으로의 어떤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이런 생각들은 과거 그의 오래된 아파트를 그리는 회화 시리즈에도 투영돼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옥인콜렉티브의 '바깥에서' ]



▶서울 인천 제주 공동체에 주목한 옥인콜렉티브(진시우, 이정민, 김화용)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결성된 옥인콜렉티브는 도심 속에서 형성된 공동체를 추적했다. 왜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구성원과 공동체는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동체가 유지되는지를 서울,인천, 제주에서 촬영한 세 편의 영상 작품에 담았다.

31분짜리 영상 작품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는 인천에 있는 회전 예술이라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제로 옥인콜렉티브는 최근에 작업실을 인천으로 옮겼고 당시 인천에서 만난 작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옥인콜렉티브의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


'바깥에서' 작품은 옥인콜렉트브가 탄생했던 서울 옥인동에서의 예전 영상과 최근 촬영 영상을 뒤섞어 놓은 작품이다. 왜 작가 공동체인 옥인콜렉티브가 탄생하게 됐는지 어떤 곳에서 시작이 됐는지 볼 수 있는 영상이다.

'황금의 집'은 제주도에 있는 음악다방 까사돌의 이야기이다. 이곳은 노인정 등 일반적인 공동체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소위 고학력 노인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뤄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전 옥인콜렉티브의 '황금의 집']


이정민 작가는 "옥인콜렉티브로 활동을 한 지 올해로 10년째가 돼간다. 한 공간에서 여러 작업물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며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고,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저희 그룹이 그야말로 이번 작업의 하나의 주제라고 접근하고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안쪽에는 세 도시의 이야기들을 뼈대로 다른 이야기들이 배치됐고 바깥에는 그동안 옥인콜렉티브 작업의 주요한 이야기를 모은 '렌덤 아카이브'라는 아카이브 작업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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