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 따이공이 독이 될 수 있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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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8-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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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저희 회사는 따이공(代工)이 가져가는 매출이 전체 회사 매출액에 70%가 넘습니다. 따이공이 없으면 저희 회사 문 닫을 수도 있어요.”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사 대표가 필자한테 한 말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소식이 전해지자, 화장품 및 면세점 주가가 요동을 친다. 도대체 따이공이 만드는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이길래 한국 매체에서 연일 보도를 쏟아내고, 관련 주가가 휘청거리는 걸까? 사실 따이공의 구매 파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사드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되며 빈 면세점 매출을 따이공들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따이공들의 국내 면세점 화장품 구매파워가 3조원에 가깝다. 일부 면세점의 경우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따이공에 의지하고 있다. 따이공은 한국에서 화장품 및 분유 등 영유아용 면세상품을 구매해 이를 중국에 다시 파는 상인을 말한다. 엄격히 애기하면 불법적으로 한국제품을 중국에 내다 파는 사람들이다.

따이공은 크게 기업형 따이공과 개인형 따이공으로 구분되는데, 과거 개인형 따이공이 점차 대형화, 기업화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마진율이 높아 따이공들이 제일 선호하는 화장품 등 뷰티제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국내 면세점 및 도매시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기업형 웨이상(微商) 및 타오바오(C2C 쇼핑몰)를 통해 판매하는 형태와 무관세 지역인 홍콩으로 대량 수출해서 광둥성 선전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국내 면세점에서 저가로 구입해 중국 본토에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따이공 정보에만 매몰돼 있는데, 사실 홍콩수출을 통해 불법적으로 중국내 유입되는 물량도 결코 만만치 않다. 2017년 한국 화장품의 홍콩수출 금액이 약 12억3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전체 수출액에 24.7%를 차지, 중국 본토(약 20억 달러, 39.1% 차지) 다음 2위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화장품의 경우 2016년부터 홍콩 수출(전년대비 약 82% 증가)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중 많은 물량이 선전을 통해 유입되어 불법적으로 중국 전 지역으로 유통되고 있다.

필자는 홍콩을 경유 중국으로 유입되는 불법적인 따이공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홍콩-선전간 접경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중국 정부의 따이공 규제강화의 대상은 국내 면세점보다 홍콩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입되는 선전지역의 조합 기업형 따이공들이다. 이들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홍콩 상수이와 위엔롱 지역은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따이공에 의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위엔롱 지역에서 한국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H&B(Health & Beauty) 스토어 매니저는 “중국 세관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안면인식기술을 통해 따이공을 색출하기 시작했고, 적발시 해당 물품을 몰수하고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따이공 시장이 매우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얘기한다. 따이공에 의한 전방위적인 불법적인 중국유통은 언제나 ‘시한폭탄’과 같다. 따이공의 단맛이 결국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가격 후려치기’를 통해 따이공에 판매되는 관행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드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 인바운드 단체여행이 사라지면서 중소형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생존을 위해 ‘따이공 투어상품’을 만들었고, 면세점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따이공들에게 주어지면서 기업형 따이공들은 점차 거대해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도 따이공을 통한 매출확대를 위해 전례 없는 세일, 프로모션 행사를 하고, 재고물량 소진을 위해 매입가 이하의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

요즘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J사의 마스크팩이 국내 소매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홍콩 유통도매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것은 그대로 중국 본토로 유입돼 기업형 웨이상 및 정저우 도매시장 등 몇 단계를 거쳐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그렇게 해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가격이 무너지면, 결국 중국사업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둘째, 따이공에 의해 가품이 진품과 혼합돼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광저우에서 만들어진 가품 마스크 팩들이 따이공에 의해 들여온 정품과 섞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결국 정식통관을 거쳐 중국 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제품 매출까지 갉아 먹을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방문이유 중 하나가 쇼핑인데, 따이공들이 면세점을 싹쓸이해서 사기도 힘들고, 어차피 이런 따이공 제품을 불법적으로 중국에서 구매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구조 속에서는 한국방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면세점에서 인당 제품 구매개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아모레 퍼시픽 등 일부 대기업 제품을 제외하고는 전혀 그런 제약이 없다. 쇼핑도 한국관광의 중요 콘텐츠이자 경쟁력이다.

따이공은 우리 면세점 및 화장품, 영유아 업계에 양날의 검이다. 기업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중요한 유통 플랫폼이지만, 결국 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지금처럼 중국정책 변수로 인해 언제든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따이공 규제로 많은 화장품 브랜드사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경험을 상기해야 한다. 따이공의 단맛에 탐닉해서 이우(犁牛)의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우(犁牛)는 히말라야 설산에 산다는 전설 속 동물인데, 칼처럼 길고 날카로운 꼬리를 가졌고, 제 꼬리가 자랑스러워 정성껏 핥으며 가꾼다. 그러다 혀를 베지만 피의 단맛에 빠져 더욱 꼬리에 탐닉하게 되고 결국 죽고 만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기업이 강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단기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가치경영이 필요한 듯하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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