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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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서울대 교수(종교학)
입력 2018-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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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가수트라I.27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


파탄잘리는 요가의 신인 ‘이슈바라’는 ‘옴(om)'이라는 신비한 음절을 통해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는 '요가수트라' I.27에서 신의 존재를 옴의 동의어인 ‘프라나바’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타스야 바차카흐 프라나바흐(tasya vācakaḥ praṇavaḥ)" 이 문장을 해석하자면 “신(이슈바라)에 대한 소리 모양은 ‘프라나바(옴)'이다"라는 뜻이다. 옴은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리그베다'와 '우파니샤드'에서도 절대-진리를 상징하는 소리로 묘사한다. “베다의 영원한 음절(옴)이며, 모든 신들이 휴식을 취하는 정점을 모르는 사람이 베다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옴’을 아는 사람들만이 여기서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다” ('리그베다' I.164.39). 어떻게 인도의 가장 권위가 있는 경전인 베다가 단음절인 옴일 수가 있는가?

소리
우리는 신의 모습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은 신을 간접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외부를 감지하고 분석하는 기관인 오감(五感)을 이용해 표현했다. 인간들은 특히 시각·청각 그리고 촉각으로 신을 경험한다. 어떤 이들은 신을 자신의 눈으로 도저히 바라볼 수 없는 강렬한 빛을 통해 경험한다. 이 빛은 태양과 같아서 그 발원지를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직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리스도교라는 종교를 그리스·로마 철학과 조우시켜,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시킨 1세기 유대인 바울은 다마스커스로 가다 강렬한 빛을 만난다. 그런 후 그는 얼마 동안 장님이 됐다. 어떤 이는 신의 존재를 몸의 감각으로 감지한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길가메시와 그의 친구 엔키두가 지하세계로 여행하던 중에 깜빡 잠이 든 후에 소스라치며 깨어난다. 길가메시는 신이 자신의 곁에 있다 사라졌다고 말한다.

파탄잘리는 신을 ‘소리’를 통해 경험한다. 소리는 신이 자신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 소리가 바로 옴이다. 옴이 이슈바라며, 이슈바라가 옴이다. 옴은 이슈바라의 진정한 자기모습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성스러운 말의 힘을 믿었다. 말의 힘을 믿고, 그 말을 반복하는 것이 지혜다. ‘옴’은 신의 의식이며 신의 힘이다. 신은 자신을 표현하는 말로 드러낸다. 신이 우주를 창조할 때 사용한 도구도 바로 말이다.

신이 사용한 그 말이란 우주가 빅뱅으로 생성될 때, 등장한 ‘우주적인 파장(波長)이자 진동(振動)’인 옴이다. 신은 옴을 통해 자신을 발언하며, 진동은 만물이 된다. 만물은 옴을 통해 존재한다. 무한한 삿치다아난다(Satchidananda)는 자신의 아바타인 크리슈나 입을 통해 자신을 다음과 같이 반복적으로 정의한다. “나는 ‘소리(pranava)다('바가바드기타' 7.8)", “나는 옴이다('바가바드기타' 9.17)" 그리고 “말들 가운데, 나는 단음절인 옴이다('바가바드기타' 10.25)"

원음
옴은 여느 소리가 아니라 최초의 소리, 즉 ‘원음’이다. 옴은 모든 소리의 어머니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태고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움직인다. 만물은 ‘진동하는 에너지’로 생성되고, 유지되며, 소멸한다. 이 우주적인 에너지는 빛과 소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빛과 소리를 지닌 대상을 ‘의식’ 혹은 ‘정보’라고 부른다.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아직 인간의 과학적인 언어로 정의되지 않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총체가 바로 신적인 소리인 옴이다.

‘옴’의 다른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샤브다 브라흐만(Shabda Brahman)' 즉 ‘신이라는 소리’다. 옴이란 소리가 발설됐을 때, 그 소리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소리를 가능하게 하는 최초의 원음(原音)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들리는 웅장한 파도소리나 높은 산에서 들리는 거센 바람소리도 모든 존재의 심연(深淵)에서 유출(流出)된 원초적이며 자생적인 소리를 인간의 귀에 어울리게 변형된 결과다. 그 심연이란 스스로 존재해 스스로 주인이 된 이슈바라 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최초의 불빛이다. 그것은 우주를 생성한 최초의 궁극의 의식이 외부로 표출된 빅뱅이다. 이 원음을 통해 만물이 생겨났다. '찬도가 우파니샤드' 6.2.3에서 이 궁극의 원음은 자신을 “나는 하나다. 나를 통해 다수가 생성됐다”라고 정의했다. '카다 우파니샤드'1.2.15-17은 인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베다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여러분에게 모든 베다가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목표를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그것은 모든 고행수행자들이 말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수련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옴’입니다.”

만트라
옴은 궁극의 주문이다. 그 말을 발설하여 나오는 힘이 육체·정신·혼과 영혼의 다양한 수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만트라(mantra)'라는 산스크리트어는 ‘마나트 트라야테(manat trayate)'의 준말로 ‘생각이 경계를 넘어 나는 어떤 것’이란 의미다. ‘만트라’는 과거의 습관적인 생각을 반복하는 자신을 일깨워,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도록 움직이는 힘이다. 요가수련에서 옴은 궁극의 주문이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의례와 명상에서도 가장 거룩한 말이다.

옴을 설명하는 산스크리트어인 ‘프라나바(pranava)'는 ‘생명(prana)을 부여하는 자’이면서 ‘생명을 조절하는 자’이다. 옴은 단순히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옴은 음식과 같다. 음식을 섭취한 동물은 일정한 시간 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옴을 발설함으로써 이슈바라가 하는 활동을 요가 수련자는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과 장소 안에서 발휘한다. 요가 수련자가 옴을 암송함으로써 만물이 생성되기 전, 우주가 탄생하기 전의 순간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그(녀)는 옴이라는 소리를 만물을 창조한 순간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새롭고 거룩한 시간으로 만든다. 그는 이 수련을 통해 이슈바라의 아바타로 태어난다.

16세기 인도 명상가이자 시인인 카비르(Kabir)가 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단어(옴)는 스승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의 제자가 됐습니다. 그 단어는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카비르는 신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옴을 암송하라고 말한다. 옴은 요가 수련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거주하며, 입밖으로 흘러오기를 항상 기다린다. 신과 인간은 옴을 통해 ‘하나’가 된다. 신은 옴을 매개로 인간의 영혼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가르친다.
 

'인도의 전통 사현악기인 딴뿌리를 연주하는 여인'(47 x 33.7 cm∙ 종이위에 잉크를 이용한 수채화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키샨가 라자스탄에서 1735년 발견된 그림. [사진=배철현 교수 제공]


자기신뢰
제자는 스승을 따르는 자다. 요가 수련자의 스승은 이슈바라이며, 이슈바라는 옴이란 소리를 통해 그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제자가 될수 있는가? 누가 진정한 요가 수련자인가? 그는 신의 존재를 아는 자이며 신의 존재를 옴을 통해 확인하는 자다. 이슈바라의 화신인 옴은 요가 수련자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스승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인도, 네팔, 혹은 티베트에 있는 소위 스승들로 자신은 진정한 스승이 아니라 제자라고 말할 것이다. 유일하고 참된 스승은 수련자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요가 수련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이슈바라를 찾는다. 이슈바라가 내는 옴이란 소리는 자신이 구별한 특별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들린다. 옴은 침묵의 선물이다. 옴은 우리가 세상으로 들어가면 그 소리를 점점 줄여 자취를 감춘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충성을 요구하는 대신 혜택을 약속하는 주식회사다. 그 사회는 나의 자유를 포기하기를 촉구한다. 사회의 덕은 순응이다. 자신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옴의 소리를 듣는 행위는 반역이다. 사람들은 현실타협을 원하지 자신만의 특별한 목소리를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슈바라의 화신인 옴은 요가 수련자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안다. 그의 눈을 광선이 떨어지는 곳에 머문다. 그는 그 순간에 자신의 목소리인 옴을 발설한다. 우리는 우리를 신적으로 만드는 원음인 옴 소리를 발설하기를 꺼린다. 신은 자신이 부여한 옴 소리를 자신의 삶으로 표현하기를 망설이는 겁쟁이를 싫어한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한 일에 몰입했을 때 행복하다. 옴은 ‘나’라는 인간을 나답게 만드는 최초의 소리다. 옴이 발견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믿음이다. 자신을 신뢰하십시오. 신은 그 신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당신의 입을 통해 선포합니다. 신이 나에게 맡긴 나의 운명, 나의 시간과 장소를 소중하게 생각하십시오. 천재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흘러나오는 옴에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반응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선물한 자들이다. 당신은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이제 침묵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신의 소리인 옴을 들을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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