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논란 천연물말기항암제, 끝내 허가취소…막판 읍소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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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8-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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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효과입증 불충분’ 의견 모아…선정적 광고 지적 불구 동정심 호소 청원서 광고 등장

[사진=아주경제 DB]


치료 효과가 불분명해 조건부로 허가됐던 천연물 항암제 ‘에스비(SB)주사’가 끝내 허가 취소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에 ‘대통령 공개청원서’라는 내용의 전면광고가 등장하는 등 막판 읍소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빛바랜’ 말기 항암제…효과입증 실패와 선정적 광고 지적만 남아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6월 개최된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에스비주사 허가조건 이행기간 연장이 불가하다고 심의했다.

앞서 2상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허가됐으나,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에스비주사는 백두옹·미삼·감초 물추출물인 천연물 항암제다. 말기 암을 치료하는 것으로 홍보돼 관심을 끌었다. 2008년 6월 말기 암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비소세포폐암 보조치료제로 허가됐다. 다만 1개 의료기관에만 공급하고, 2012년까지 2상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제조업체는 2012년 해당 자료를 제출했으나 자료만으로는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불충분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로 자료제출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2013년부터 5년간 자료제출에 필요한 임상시험 계획조차 승인받지 않았다.

심의위에 참석한 전문가 대다수는 치료제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1200명 시판사례 중 60%에서 반응률이 계속 변해 평가불가로 전환된 점, 치료율이 10% 이하로 유용성 입증이 불가하다는 점, 허가사항 이외의 질환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 등은 문제로 분석됐다.

특히 제조업체에서 검증되지 않은 과도하고 선정적인 광고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엄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의위에 참석한 제조업체가 췌장암 일본인 환자 치료 사례와 해외에서의 반응 등을 강조했으나, 유용성에 부정적 의견을 보인 심의위원을 설득하기엔 불충분했다.

반대로 이 항암제를 사용하는 사람은 대체로 다른 치료방법을 포기한 말기 암 환자로 판단되는 만큼, 환자 선택 하에 제한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제기됐다. 다만 품목 취소가 되더라도 연구자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계속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반박이 있었다.

◆‘허가취소할 거라면 왜 승인했나’ 사실왜곡 전면광고 등장
중앙약사심의위가 품목취소를 결정한 후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님께 올리는 공개청원서’가 등장했다. 매체 전면광고로 실린 이 청원서는 말기 췌장암 일본인 환자 이름으로 작성됐다. 이 환자는 에스비주사로 말기 암을 극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광고에서는 ‘식약처와 신약 제조사 간 불신으로 인해 국내에 있던 항암제 재고량 모두가 유럽에 보내졌다’, ‘10년간 약 1300여명 말기 암 환자에게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됐다’는 등 다소 오해 가능한 문구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10년만 사용하고 허가를 취소할 조건부 신약이라면 왜 처방을 승인했는지 식약처 처분에 실망스럽다’처럼 감정적 문구로 사실과 다른 내용도 실렸다.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고 선정적인 광고행위에 대한 전문가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무관하게 동점심에 호소하는 광고는 반복됐다.

특히 이 환자는 한국에서 개발된 항암제를 처방받기 위해 유럽으로 가야하느냐고 질문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앙약사심의위는 품목취소를 결정하면서도 투약 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투여 지속에 대한 환자 의사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공급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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