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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의 취재뒷담화] 4만명 대 800명...과기정통부의 이상한 탈원전 셈법

신희강 기자입력 : 2018-08-08 14:30수정 : 2018-08-08 14:30
- 탈원전에 4만명 이상 실업자 예상 - 과기정통부, 2021년까지 800명 일자리 육성 발표...치적쌓기에 급급

 

"탈원전으로 4만명이 일자리를 잃는데 고작 800명 늘리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게 말이 됩니까?"

원자력업계에 종사하는 한 연구원이 최근 기자와 식사를 하면서 나온 얘기입니다. 밥알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는 연구원의 모습에는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0년까지 18기로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내놨습니다. 또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중단되고 노후 10기의 수명연장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운영허가 기간이 남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도 조기 폐쇄로 결론이 난 상황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습니다.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에 따르면 원전 부품 등을 제조·납품하는 업체는 대략 2300여개로, 여기에 딸린 전체 종사자 수는 4만명에 이릅니다. 원자력 분야의 연구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이 숫자는 훨씬 늘어납니다.

이에 원자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합니다. 원자력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예외는 아니였죠.한국원자력학회 등 학술단체의 탈핵화 반대 성명이 연일 이어졌으며 최고 경쟁력을 보여줬던 원자력 학과의 정원수가 미달되는 사태도 벌어집니다.

4차 산업혁명 주무부처라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요. 과기정통부는 올해 7월 관련 대책을 내놓습니다. 오는 2021년까지 미래원자력기술 육성에 필요한 전문인력 800명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대책에는 원자력 안전 및 해체기술 강화, 방사선기술 등 융합기술 지원 확대, 해외 수출 지원 등 미래원자력기술을 중점 지원한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 수출에 쓰이는 부품 납품은 자국산을 권장하고 있으며, 원전 부품 품질 인증 관련 라이선스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원전 업계에 종사하는 유능한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도 속속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설사 정부가 800명의 전문인력을 육성하더라도 이들을 잡고 있을 유인책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해외파견, 국제행사 개최 등을 통해 원자력 기술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에 따른 인력 수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원자로 수출 등 실질적인 대안은 쏙 빼놓은 채 말이죠. 미래 원자력 분야를 단순히 '안전'에만 초점을 맞춘 채 '탈원전'이라는 정책 기조에 무리하게 끼워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원전 부품 국산화를 외치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원전 강국을 위해 쉴새없이 달려왔습니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 원전 가동률은 80%에 육박할 만큼 국내 주요 산업의 한 축으로 꼽혀 왔습니다. 과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불리던 원자력을 '애물단지'로 전락시킬지, '신산업'으로 육성할지는 정부의 실질적인 사후 정책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차치하고라도 4만명의 일자리가 달린 원전정책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800명 인력 양성 계획을 보도자료까지 내놓으며 홍보하는 정부의 셈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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