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초읽기 …'재벌 사금고' 봉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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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8-08-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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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수장·靑도 적극 나서 이달 임시국회서 본격 논의될 듯

  • 당정, 특례법 통한 오나화에 무게..총수 있는 대기업 진입 차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케이뱅크의 계좌 개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규제 완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규제를 풀어 금융 산업 발전을 꾀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복안이 은산분리 완화다.

학자 시절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달라진 입장을 취하고 있고,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6일 “인터넷전문은행 등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 뒤,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은산분리 완화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터넷은행 활성화 ‘은산분리 완화’

은산분리는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생존을 결정할 ‘열쇠’다.

현행법에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금융사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4%)로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이 한도를 최대 50%까지 허용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애초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약속을 믿고 출범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새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은산분리 완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최근 다른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위원장을 맡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완화에 적극적이다. 금융당국 양 수장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윤석헌 금감원장은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현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금감원은 정책 목표를 위해 이로부터 파급돼 나올 수 있는 위험의 문제를 잘 감독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책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장과 이견이 없으니 힘 있게 추진해달라”고 국회에 재차 요구했다.

◆은산분리 완화 '급물살'

은산분리 완화는 은행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반이 마련돼, 내수 시장에 갇혀 있던 은행들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금리인하 등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확대된다.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은산분리 완화 논의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8월 국회에서 중점 논의할 법안으로 금융혁신지원특별법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상정해 놓고 있다.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8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등 5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특례법을 통한 은산분리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는 은산분리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인정하자는 취지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진입·행위 규제가 관건

문제는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킬 장치를 어느 수준까지 마련하느냐이다. ‘재벌의 사금고’ 논란 때문이다.

정부는 진입규제와 행위규제를 동시에 적용해 이 같은 문제 소지를 원천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특례법 기준으로 보면 비금융주력자, 이른바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주식 한도는 현재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34~50%까지 확대하는 안이 상정돼 있다.

지분율 확대에 따른 대기업의 은행 소유 가능성은 진입규제로 차단한다. 공정거래법상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방식이다.

3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경우는 26개로 삼성, LG, SK, 현대차, 한화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해당된다. 총수가 없는 경우는 KT, 포스코, KT&G 등 6개다.

소유 제한과 더불어 대주주와의 거래를 막는 행위규제도 추가될 전망이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는 아예 금지하거나 자기자본의 10%까지만 허용하는 안이 나와 있다.

대주주가 발행한 증권 취득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담보권 실행 등 권리 행사에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시행령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막연한 두려움과 박제화된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은산분리 철칙’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며 "해외 핀테크 기업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저마다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금융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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