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변화하는 TV드라마, '사전제작'의 이상과 현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송희 기자
입력 2018-08-09 13:3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임당', 반사전제작 드라마 '시그널', '라이프' 포스터]


TV 드라마 제작환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 역시 밤샘 작업과 쪽대본에 시달리던 열악한 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재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는 사전제작·반(半)사전제작으로 조금씩 제작 시스템을 바꾸어가며 작품 완성도 및 제작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 중이다. 그 덕에 작품의 완성도며 시청자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 그러나 이 같은 제작방식은 득(得)만큼이나 실(失) 또한 존재한다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사전제작 드라마’의 현 상황을 살펴보았다.

과거의 드라마들은 언제나 시간에 쫓겨 왔다. 시청자 반응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고 스케줄 조율, 장소섭외 등의 난항을 겪으며 촉박하게 촬영해왔기 때문이다. 배우·스태프들은 무리한 촬영 일정으로 사고를 겪기도 했고 편집이 안 된 장면이 전파를 타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전제작 드라마가 등장했으나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시스템 개선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중국 자본·진출을 필요로 하며 반강제적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KBS2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 ‘엽기적인 그녀’ 등 여러 사전제작 드라마가 방송되었지만 ‘태양의 후예’를 제외한 드라마들이 맥도 못 추고 사라졌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반사전제작 드라마를 새로운 형식의 시스템을 내놓게 된다. 방송 전 전체 회차 중 절반 이상을 촬영하는 형식으로 방송 말미에는 여지없이 ‘생방송’이 되더라도 일반 드라마보다 여유롭고 시청자 의견도 반영 가능해 많은 드라마 제작진이 선호하고 있다. 성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OCN ‘나쁜녀석들’, SBS ‘괜찮아 사랑이야’, tvN ‘디어마이프렌즈’, ‘시그널’, ‘굿와이프’ JTBC ‘미스틱’, ‘라이프’ 등이 시청자 반응, 작품성까지 챙기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사전제작·반 사전제작 드라마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 사전제작 드라마가 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대중들의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완성하기에 급급한 작품들은 호평받기 힘들다. 배우들 또한 안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졌을 때 수습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며 사전제작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주연배우 김명수는 인터뷰를 통해 “보통 드라마는 피드백이나 시청률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사전제작이라 시청률 부담 없이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좀체 드라마 출연을 하지 않는 배우들까지 사전제작·반 사전제작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배우 강동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드라마 출연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가지게 됐다. 장르 드라마도 활성화됐고 무엇보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고 ‘뭐든 보자’는 생각“이라며 시스템 변화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밖에서 바라본 사전제작·반 사전제작 드라마의 시스템은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며 퀄리티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전제작·반 사전제작 드라마의 현실은 이상에 비해 초라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사전제작·바 사전제작 드라마는 흥행 면에서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대개 방송국이 아닌 해외에서 투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제작사가 돈 들여 만들어도 해도 팔리지 않거나 편성을 받지 못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태프들의 처우나 계약 조건이 달라지 건 아니라”며 “미리 찍다 보니 기일이 여유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제작비다. 사전제작이라고 해도 적은 자본금으로 드라마를 찍다 보면 촬영일수를 무리하게 줄여야 하고 생방송과 똑같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제작사·스태프 모두 사전제작 드라마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고. 관계자는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제작사 규모가 커져 가능할 것 같다. 사전제작·반 사전제작이 시스템화돼 안정적으로 구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