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 기업 0.2%도 안돼… 상속세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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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신보훈 기자
입력 2018-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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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중소 창업주 70% 승계 원하지만 높은 상속세 큰 부담

  • 가업승계 증여제도 개선… 개인기업 지속성장기반 만들어야

기업규모별 장수기업.



50년 이상 장수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1000곳 중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상속을 막는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로 장수기업의 맥이 끊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장수 중소기업의 평균 업력은 56.1년으로, 100년 이상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이 3만3000여곳이나 되는 일본과 큰 차이를 보였다.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 가업 포기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5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장수기업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중 업력이 50년 넘는 장수기업은 0.19%에 불과했다. 장수 대기업 비율 6.22%와 비교해도 6% 포인트 낮았다.

장수기업 대표자의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었다. 평균 연령은 60.2세로 비장수기업의 대표자 평균연령 54.2세와 비교해 6세 많았다.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기업 비중은 장수기업이 49%, 비장수기업 26%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업종별 비중은 제조업이 25.7%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일본의 경우 창업 100년 이상 된 전통 기업이 3만3069개사로 2012년 대비 20.5%나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26.4%, 소매업 23.1%, 도매업 21.6%로 세 업종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 장수기업의 63%는 매출 약 50억원 미만으로, 오래된 기업은 규모가 클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랐다.

심지어 일본은 200년 이상 기업이 3000여곳, 500년 이상 기업도 30여곳 되는 것으로 파악됐고, 1000년을 이어온 가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국회는 여전히 ‘조용’··· 대안은 소규모 기업 활성화제도

중기중앙회가 올초 실시한 ‘2017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에 접어든 중견‧중소 창업주들의 승계 수요는 10곳 중 7곳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중 70%가량은 가업 승계 과정에서 ‘높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큰 장벽으로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상속세가 부담이 돼 가업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곧 장수기업 부족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국내 대표 성공기업 락앤락은 지난해 말 사모투자펀드에 회사를 팔았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상속세 부담에 아예 회사를 파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락앤락 외에도 유니더스와 에이블씨엔씨는 사모투자펀드에, 까사미아는 대기업에 넘겼다. 모두 부담 되는 상속세로 회사의 주인이 바뀐 사례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부의 대물림’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에 막혀 상속세 부작용에 대해선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신상철 중기연 수석연구위원은 “가업 승계 증여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의 안정적 승계 기반을 구축하고, 소규모 개인 기업의 지속성장을 활성화하는 제도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일본 장수기업의 상당 부분이 소규모 기업으로 구성돼 있는 점은 한국의 경제구조에서 큰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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