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금사막이 푸른 초지로" 韓기업 노력에 중국도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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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란치(중국)=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7-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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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 현장을 가다

  • 황사 발원지에 초지 조성, 한·중 모두 도움

  • 염분 해소 효과, 현지주민 "고맙다" 입모아

사막화가 진행 중인 네이멍구자치구 보샤오테노르 지역의 소금 호수에서 염분에 강한 감봉과 감모초, 갈대 등이 자라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지난해 7월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어얼둬스(鄂爾多斯·오르도스)시에서 열린 제6회 쿠부치국제사막포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사막화는 국제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사막화 방지를 위한 각국의 경험과 기술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은 현대차가 네이멍구에서 추진 중인 사막화 방지 사업 등 환경보호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한·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첨예했을 때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1월 중국사회과학원은 기업공익발전지수를 발표하며 현대차를 1위로 선정했다. 외국계 기업 중 첫 사례다.

현대차가 지난 11년간 펼쳐 온 사막화 방지 노력에 중국인들도 엄지를 치켜든 것이다.

시 주석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네이멍구를 지역구로 고르며 현지 주민들의 생활 수준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의 해소를 주문했다.

중국 정부도 주목하는 사막화 방지 사업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까지 괴롭히는 '소금 황사' 발원지

지난 27일 베이징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7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네이멍구 정란치(正藍旗)의 보샤오테노르 지역.

현대차가 2008~2013년 사막화 방지 사업을 벌였던 네이멍구 차칸노르 지역에 이어 2014년부터 5년째 생태복원 작업을 진행 중인 곳이다.

중앙부의 거대한 호수가 말라붙고 사막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중국 내 대표적인 황사 발원지가 됐다.

특히 수억 년 전 바다였던 이 곳의 흙은 일반 흙보다 나트륨 성분(염분)이 500배 이상 높다.

풀이 자라기 어려워 초지 면적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말과 소, 양을 키워 생계를 유지하는 현지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매년 봄 소금기를 한껏 머금은 황사가 베이징을 거쳐 한국까지 불어닥친다.

현대차는 여의도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4000만㎡ 규모의 초지 조성을 목표로 사막화 방지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환경단체 에코피스아시아의 이태일 사무처장은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노하우가 축적됐다"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현지 주민들도 이제는 협조적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초지 조성 지역에 심을 묘목을 재배하는 묘목장(왼쪽)과 현대차와 공동으로 사막화 방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에코피스아시아의 이태일 사무처장이 사업 개요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이재호 기자 ]


◆5년 노력 결실, 곳곳에서 초지 복원돼

초지 조성의 원리는 염분에 강한 내염성 식물을 활용해 토양의 성분을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우선 1년생인 감봉을 심어 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감모초 등 다년생 풀을 파종해 초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초지 조성 지역 인근의 묘목장은 소금 사막에 심을 감봉과 감모초를 길러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자원봉사를 하러 온 중국 대학생들도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보태고 있었다.

베이징 정파(政法)대 1학년인 양쉬안다(楊宣達)씨는 "고향인 광둥성에서 수많은 오염 현장을 목격하면서 환경보호 활동에 관심이 생겼다"며 "네이멍구에 처음 왔는데 상황이 열악해 놀랐다"고 말했다.

중국 촨메이(傳媒)대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여학생은 "직접 와서 본 네이멍구 초원은 TV에서 접한 것처럼 아름답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자원봉사 활동이 힘들었는데 땀을 흘린 만큼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고 웃었다.

묘목장에서 차로 30분 가량 달려 닿은 소금 호수에서 그동안 노력한 성과를 확인했다.

며칠째 내린 비로 물이 살짝 고인 호숫가에는 감봉과 감모초, 갈대 등의 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하얀 소금 결정으로 뒤덮인 흙을 뚫고 나오는 풀들을 지켜보며 황량한 사막이 언젠가 푸른 초원으로 변모하게 될 날을 상상하게 됐다.

현지 주민인 몽골족 우런치무거(烏仁其木格)씨는 "생계 터전이었던 초원이 훼손돼 걱정이 많았다"며 "한국 기업이 사막화 방지 기술을 전해주는 등 큰 도움을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사의(謝意)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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