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칼럼] 미국 통상전략의 엇박자: 일방주의와 중국 견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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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팀장
입력 2018-07-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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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팀장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통상정책은 근본적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크게 보면 통상에 대한 친시장적 접근이 친국가주의적인 접근으로 방향을 틀며, 그동안 자유무역의 선도자 역할을 하던 미국이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보호무역주의라고 칭하는 트럼프식 통상정책에는 다양한 면면이 존재한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교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막대한 무역적자라는 부산물을 얻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관세 상호주의(reciprocity)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현재의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체제에도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 WTO 체제는 미국이 직면한 다양한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일방주의적(unilateralism)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며, 올해 발동된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결정한 201조와 철강 및 알루미늄의 232조 모두 이러한 일방주의적 조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취해진 조치로, 미국의 우방인 캐나다·일본·유럽연합(EU)도 예외가 아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또 다른 유인은 바로 상대교역국의 불공정 행위이다. 상대국의 불공정 교역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가중시키고 미국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인데, 지목되는 대표적 국가가 중국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들어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 통상법 301조를 적용해 정보기술(IT)·기계·우주항공 분야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였다. 또한 추가적인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금번 조치의 키워드는 기술 이전과 지적재산권 침해이다. 즉,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지적재산권 침해를 부추기는 중국의 관련 법규·제도 및 관행들이 그간 협의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미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시킨다는 판단 하에 금번 조치들이 부과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이러한 조치는 다양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폭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앞서 언급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강국 부상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특히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중국제조 2025’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점을 상기하면 이러한 목적의식은 더욱 뚜렷해진다.

정리하면 현재 미국의 통상정책은 크게 두개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첫째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등의 일방주의적 통상정책 관철 그리고 이에 따른 철강·자동차 등 미국의 전통산업 보호 및 무역적자 해소를 꼽을 수 있다. 둘째로는 중국의 기술 강국 부상 견제, 더 크게 보자면 중국의 글로벌 리더 부상 견제를 들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일방주의적 해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이 미국의 가장 큰 무역적자국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무역적자 해소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목표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통상정책은 엇박자를 유발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관세 부과 방식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요국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나 미국은 반대로 이들에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들은 상대국의 보복을 양산할 뿐 아니라 중국 문제와 관련해 우방을 적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일방적 관세 부과는 좋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세 부과 및 이로 인한 보복관세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을 발발시킬 수 있고 이는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이상적인 해결 방식으로는 WTO 중재절차를 이용하고 WTO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TPP 탈퇴와 미·EU 간의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의 고착 상태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미국과 EU 간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백악관에서 만남을 갖고 EU의 대미 무역장벽 완화와 함께 양측이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는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중국의 기술이전 및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 기본적으로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관계 개선이 있을 경우 중국 문제와 관련해 협력의 여지는 크게 존재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그동안 미국이 통상정책 엇박자를 타개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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