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국수는 장수를 기원하는 식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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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07-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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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후루룩, 후루룩~

입맛이 없을 때나 출출한 저녁 시간에 생각나는 '국수'는 만들기가 쉽고 먹기에도 가벼워서 야식으로도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이다.

요즘은 잔치국수를 주로 분식집이나 마트에서 사 먹을 수 있지만, 본래는 이름 그대로 잔칫날 먹는 음식이었다. 돌잔치, 생일, 회갑잔치뿐 아니라 결혼식처럼 경사스러운 날 준비했던 음식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결혼식 날짜를 묻는 대신 국수 먹는 날이 언제인지를 물었을 정도로 결혼과 국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잔치국수를 먹기 시작했으며 왜 경사스러운 날을 골라 먹었을까. 

우리와 국수의 관계를 살펴보려면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에 쓴 '고려도경'에는 "음식은 10여종인데 국수가 으뜸", "면 가격이 대단히 비싸므로 큰 잔치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고 소개돼 국가행사에만 사용한 접대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1390년 공양왕 때 제정한 제례의 제물규범과 충렬왕 때 면을 금했던 사실로 미뤄 보아, 일부 귀족들만이 먹을 수 있던 별미였고, 민가의 혼례에서 국수를 먹는 풍습은 고려 말에 생겨났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수는 장수를 기원하는 식품이다. 보통은 국수 면발처럼 길고 오래 살라는 뜻에서 국수가 장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국수를 '장수를 비는 식품'으로 여기게 된 것은 중국 당나라 때 부터인데, 12세기 무렵 중국 남송의 학자인 주익이 쓴 ‘의각료잡기’라는 책에 “당나라 사람들은 생일날 다양한 탕병을 먹는데 세상 사람들이 이 음식을 소위 장수를 소원하는 국수”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 북송의 학자 마영경도 ‘나진자’라는 책을 통해 당나라 시인 유영경의 시를 인용하면서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으며 하늘의 기린만큼 오래 살기를 기원하노라”라고 읊었다. 

그러나 요즘 ‘잔치국수’는 온면을 뜻하는 간단한 면 요리쯤으로만 여기며 우리의 일생의례에서 ‘국수’의 길쭉한 모양처럼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특별한 잔치에서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일도 줄었다. 이웃나라들의 다양한 국수 문화의 유입으로 우리 고유의 국수에 대한 대접이 소홀해졌다.

옥수수 가루로 만든 올갱이 국수, 끓는 물에 잘 삶아진 쫄깃쫄깃한 국수에 채소나 김치를 넣은 비빔국수, 진한 멸치 국물을 부은 국수장국 등으로 소박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국수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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