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옥의 북한 경제 리포트]북한 장마당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우리 민족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
입력 2018-07-24 15: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남북한은 70여년 동안 떨어져 살았지만 '장마당'을 보면 북한도 한(韓)민족으로 어쩔 수 없는 우리 민족임을 직감할 수 있다. 이번에는 북한의 심장이라고 하는 평양의 장마당을 분석하고, 북한에 한창인 한류 열풍을 살펴봄으로써 북한사회를 이해하고 민족경제부흥운동을 위해서 새로운 관점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평양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 장마당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국가적으로 총체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아래로부터 생존을 위한 시장화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이제는 장마당, 즉 시장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 되었다. 평양시민의 가계소득을 조사해 보면 공식부문인 배급과 월급으로는 살 수 없는 형편이 되었고 비공식부문, 즉 시장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생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양시는 국가의 핵심적인 공공기관인 중앙당·인민무력부·국가보위부·인민보안원·내각 등이 위치해 있으며, 명문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명실공히 북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무역회사의 본사와 대표적인 시장이 위치해 있다.

평양시에는 40여개의 시장이 있는데 통일시장, 중구시장, 보통강시장, 대성시장이 대표적이다. 또한 물품이 싼 가격에 대량 유통되는 도매시장으로 토성도매시장, 평천도매시장, 사동도매시장, 칠골도매시장이 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고급스러운 상품들은 주로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다니는 국제열차를 통해 유통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평양시민들이 가전제품, 의류, 신발 등 한국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가전제품으로는 TV, 전화기, 믹서, 전기밥솥, 컴퓨터 등이 대표적이다. 의류제품으로는 남녀 수트와 계절별 재킷, 속옷, 양말, 스타킹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구두, 운동화도 인기제품이다. 생활용품으로는 화장품, 비누, 치약, 칫솔, 샴푸뿐 아니라 주방용품들도 선호도가 높다. 신라면, 초코파이, 커피믹스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물품들은 평양의 대표적인 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된다.

무엇이든 배달이 가능한 '배달의 민족'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평양은 시장화가 나타나면서 휴대폰이 발달돼 있는데 평양시민 80%가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휴대폰이 없는 사람들은 '미개인'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휴대폰의 발달과 함께 북한 내부망인 인트라넷을 통해 전자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평양시내에서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택배시스템이 발달돼 있는데, 평양시에서 택배 서비스를 하는 차량이 500~600대에 이른다.
 

평양 장마당에서 주부들이 물품을 구입하면 무거운 제품은 배달이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 피자나 짜장면을 배달해 먹듯, 평양 장마당에서는 룡성어묵(고기떡), 룡성순대, 돼지족발, 닭·오리·꿩 백숙, 토끼탕 등이 배달된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한류문화 열풍도 거세지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류문화에 푹 빠져 있다. 한류문화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드라마, 가요, 영화, 예능 프로그램을 향유하면서 한국 패션과 헤어스타일, 말투를 선호하여 생활양식을 따라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몇 달 전 평양에서 조용필·최진희·백지영·YB·정인·레드벨벳 등이 포함된 한국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는데, 이러한 공연을 향유하는 계층은 중·상류층으로, 장마당을 통해 한류가 저변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가요는 '친구', '사랑의 미로', '이등병의 편지', '인연', '그 사람', '만남', '보고 싶다', '기도', '빙고', '사랑을 위하여' 등이 있다. '천국의 계단', '대장금', '슬픈 연가', '가을동화', '파리의 연인', '북경 내사랑',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의 드라마도 인기가 있다.

북한에서 인기가 있는 가요나 드라마를 분석해보면 평양은 우리나라의 1980년대 말, 지방 농촌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심금을 울리는 노래나 눈물을 흘리며 보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공통적인 문화와 정서를 가지고 있는 우리민족이 다시 한 번 하나가 돼 민족경제부흥운동을 펼쳐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남북이 합작 투자를 통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도로나 철도 등 기반시설을 건설한다든지,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싸고 유능한 노동력을 활용해 남북한 기업들이 '윈윈' 가능한 경제협력을 이뤄내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