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몰 R&D 사업, 이름만 바꿔 재추진..."과기부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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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 기자
입력 2018-07-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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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올해 일몰 예정 81개 사업 중 36개 사업이 재기획

  • - 기존 사업과 차별화 없이 예산 배정...일몰제 취지 역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연구개발(R&D) 사업 대다수를 사실상 이름만 바꿔 신규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없어져야 할 사업들이 기존과 차별성도 없이 다시 추진되는 셈이어서 일몰제 취지에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일몰이 예정된 전 부처 81개 사업 가운데 36개 사업(6개 사업 과기정통부)이 재기획돼 신규사업으로 편성됐다. 과기정통부는 장기·계속사업의 관행적인 사업화를 방지하기 위해 2016년부터 정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시 일몰제를 도입했다.

일몰제는 R&D 사업을 사업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계속지원형과 일몰형으로 분류하고, 일몰형 사업의 경우 2016~2020년 범위 내 일몰시점을 설정해 예산을 배분·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몰 사업 중 사업종료가 결정된 세부사업은 일몰 확정시점부터 신규과제 추진이 금지되며 계속과제는 일몰여부와 관계없이 과제별 협약기간 종료시점까지 지원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일몰형 사업으로 분류된 사업을 각 소관 부처에게 통보하고 기간연장 적정성 검토를 거쳐 △기간연장 △재기획 후 신규사업 추진 △사업 종료 등의 결정을 내린다. 기간연장의 경우 일몰 시점에서 최대 3년간 사업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재기획 사업은 일몰 시점에 신규사업 예산으로 편성될 수 있다.

통상 재기획 사업의 경우 기존 사업의 종료 없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거나, 환경 변화에 대응해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업이 적합하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소관 6개(우주중점기술개발, 원자력안전연구전문인력양성, ICT융합서비스경쟁력강화, 우편물류 인프라 기술연구개발, 전파자원의 효율적 확보기반 조성, 차세대(UHD)방송산업활성화를위한기술개발) 재기획 사업 대다수는 기존 사업의 지원범위 등을 조정해 추진할 수 있었음에도 신규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가령 과기정통부 기술확산지원 사업의 내역사업인 'ICT융합기술확산 사업'은 올해 일몰 예정이었으나 'ICT융합서비스경쟁력강화 사업'으로 재기획 됐다. 기존 사업에서 '제품개발' 중심으로 지원하던 것을 '융합서비스 개발' 지원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한 것이다. 기술확산지원 사업의 지원 부분을 늘려도 될 사업을 신규로 편성해 30억원이라는 예산을 배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초과학기술 분야는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사업기간 연장을 최소화하고 재기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일몰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일몰제 시행 초기에는 일몰 사업을 강제로 종료시켰으나, 2016년부터 사업기간 연장이나 재기획으로 방향을 트는 추세다. 일몰 예정 사업 중 신규 사업으로 재기획된 경우는 2016년 1개, 2017년 2개 사업에서 2018년 36개 사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년 내외로 기간이 연장된 사업도 2016년 0개, 2017년 9개, 2018년 23개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기정통부의 정책이 일몰제 본연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몰제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사업의 관행적 추진을 방지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에서다. 기존 과제와 차별성이 없이 단순히 이름만 바꾼 과제들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결국 '눈먼 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기계 고위 관계자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투입 예산 대비 효과가 미진한 사업은 과감히 접고, 해당 재원을 신규 R&D 사업으로 돌려야 한다"면서 "정부는 재기획시 지원범위뿐만 아니라 기존사업과 차별화 및 사업목표, 추진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사업종료가 필요한 사업을 보다 엄격하게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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