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셔츠’의 공포…디오픈서 드러난 ‘우즈의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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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7-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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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출전한 제147회 디오픈서 공동 6위 마감

  • -2013년 디오픈 이후 5년 만에 메이저 ‘톱10’ 진입

  • -갤러리 매료시킨 전매특허 ‘스팅어 샷’은 명불허전

주먹을 불끈 쥔 타이거 우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23일(한국시간) 끝난 제147회 디오픈. 대회 셋째 날인 3라운드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디오픈을 주관한 R&A에 따르면 올해 디오픈 참관 갤러리는 1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치러진 디오픈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다.

부활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을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기 위한 골프 팬들의 발걸음이었다. 우즈는 대회 마지막 날 우승 가시권에 들자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수많은 갤러리들은 우즈가 첫 티샷을 치기 위해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자 엄청난 함성으로 기대감을 표출했다. 우즈의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디오픈 우승트로피를 3개나 갖고 있는 우즈의 이번 대회 기대감은 컸다. 우즈는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9승을 기록 중이다.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메이저 최다승(18승)과 샘 스니드의 PGA 투어 최다승(82승)에 추격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대회였다.

특히 우즈가 디오픈에 모습을 보인 건 3년 만이다. 2016년과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 탓에 이 대회를 포함해 메이저 대회에 아예 출전하지 않았다. 부활을 알린 올해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32위에 올랐으나 US오픈에서는 컷 탈락했다.

디오픈에선 달랐다. 우즈가 3라운드까지 선두그룹에 4타 뒤진 공동 6위에 오른 뒤 “디오픈 최종일에 4타 차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이자, 우즈의 우승 포효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설렘은 더욱 차올랐다.

우즈는 비록 통산 1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아쉽게 놓쳤지만, 최종일 한때 단독 선두로 오르는 등 ‘부활한 타이거’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붉은 셔츠’의 공포를 다시 느끼게 한 강렬한 인상이었다. 우즈의 최종 순위는 4라운드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공동 6위. 우승을 이룬 프란체스코 몰리나리(8언더파 276타‧이탈리아)와 불과 3타 차였다. 우즈는 부상 복귀 이후 메이저 대회 첫 ‘톱10’ 진입을 신고했고, 메이저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린 건 2013년 디오픈 공동 6위 이후 5년 만이었다.

우즈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 5타를 한꺼번에 줄여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쉽게 최종일 다시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붉은 셔츠를 입고 강렬한 샷을 선보이고 있는 타이거 우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최종일 우즈의 샷은 역시 ‘황제’다웠다. 4번 홀(파4)에서 약 5m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추격을 시작했고, 6번 홀(파5)에서 299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 보낸 뒤 가볍게 2퍼트로 버디를 잡아 선두권을 2타 차로 압박했다. 8번 홀(파3)과 9번 홀(파4)에선 악명 높은 항아리 벙커에 연달아 공을 빠뜨리고도 저력이 빛나는 환상적인 쇼트게임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해 탄성을 자아냈다. 우즈가 10번 홀(파4)을 파로 마쳤을 땐 선두그룹이 줄줄이 무너져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2008년 US오픈 정상에 올랐던 우즈가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꿈꿀 수 있었다. PGA 투어 우승도 5년 전인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우즈는 한 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1번 홀(파4)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갤러리를 맞고 겨우 살았다. 우즈는 “러프에서 공을 치는데 풀이 클럽을 휘감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쇼트게임도 아쉬웠다. 로브샷은 짧아 그린에 못 미쳤고, 퍼터를 잡은 네 번째 샷도 홀을 지나쳤다. 약 3m 보기 퍼트마저 놓쳐 더블보기로 2타를 잃었다. 흔들린 우즈는 12번 홀(파4)에서도 티샷을 페어웨이에 보내지 못한 뒤 세 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려 2퍼트로 보기를 적어냈다. 14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냈으나, 앞서 2개 홀에서 3타를 잃은 탓에 우승 경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디오픈에서 우즈가 얻은 건 확실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뒤집은 ‘메이저 우승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샷이었다. 마흔이 훌쩍 넘은 우즈는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호쾌한 장타에 갤러리를 매료시킨, 2번 아이언으로 선보인 전매특허 ‘스팅어 샷’(낮고 빠르게 날아가다 솟구치는 펀치 샷)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전성기 시절 우즈는 우승 가시권에 들면 성난 호랑이처럼 물고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결정적 승부처에서 먹잇감을 놓쳤다. 이제 우승을 위한 우즈의 남은 과제는 자신의 샷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뿐이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성난 '우즈의 발톱'이 슬쩍 드러났다.

대회를 마친 우즈는 “실수가 몇 차례 나왔다”며 “9언더파를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봤는데 9언더파를 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나에게 화가 났었다”면서도 두 자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아이들이 나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란다. 내가 있었던 자리에 지금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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