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태풍의 눈’ 제약·바이오 ②] 일부 신뢰도 논란에도 선두업체 기대감 여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정수 기자
입력 2018-07-24 03: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신라젠·네이처셀 등 업체 성과·실적 부풀리기 논란

  •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시장성 입증하며 주목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업계는 빠질 수 없는 ‘투자주’로 꼽힌다. 바이오업계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3위와 5위를 기록할 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신약개발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 여러 바이오벤처 업체도 많은 주식투자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두각을 드러낸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 셀트리온이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성공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력 시장에 진출하고,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수조원대에 이르는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체결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러한 성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갖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대외 평가는 크게 높아졌다. 단 1원의 매출도 없는 자그마한 신약연구개발 업체에 대해서조차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조원까지 이르는 시장가치를 갖는 신약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바이오산업은 주식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십년간 명맥을 이어온 전통 제약사에 대한 주식시장 민감도는 비교적 낮은 데 반해 성과 하나만으로도 성패가 갈리는 바이오업체는 비교적 민감도가 높다. 사업다각화로 생존경쟁에 나선 제약업계까지 바이오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수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은 그에 상응하는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이오업계는 높은 사회적 관심에 힘입어 투자금 확보를 통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반대로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투명한 경영도 요구받고 있다. 임상시험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도 그중 하나다. 더욱이 일부 업체의 경우 연구성과에 대한 진실 논란이 벌어지면서 바이오업체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요구되는 상황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왼쪽부터)인천 연수구 소재 셀트리온 2공장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제공]


바이오업계에 대한 주식시장 평가와 대외적 관심은 시가총액으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메디톡스·신라젠·바이로메드 등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상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바이오업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커졌지만, 그에 상응해 사업성과와 가치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 일부 바이오업체는 연구사업 성과와 시장성을 두고 논란에 직면한 상태다.

코스닥 시가총액 5위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 신라젠은 연이은 임직원 퇴사로 인해 진실 논란에 직면해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성권 신라젠 부사장이 임원퇴임 사유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된 것이 확인됐다.

그간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개발 성과로 주목받아왔으며, 현재도 신장암·대장암·간암·유방암 외 고형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여러 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이 중에는 상용화 전 단계인 3상 임상시험도 존재한다.

지 부사장은 지난 3년여간 신라젠 경영·사업 전략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로 꼽힌다. 신라젠 기업설명회에선 발표를 도맡으며 사업성과 홍보에 주력해왔다. 300억원 가치에 이르는 신라젠 주식 51만주를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지 부사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임원급 8명도 사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은상 신라젠 대표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보유주식 520만주 중 30%인 156만주를 매도했다. 매각 대금은 1325억원이었다.

이러한 정황은 대외적으로 사업성과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신약개발 관련 임상시험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자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 ‘조만간 임상시험 중단될 것이다’ 등 각종 루머가 난무했다.

신라젠은 3상을 비롯한 여러 임상시험이 순항 중에 있고 반드시 신약개발을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신뢰도 회복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신뢰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네이처셀도 라정찬 대표가 구속되면서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8일 라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 대표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허위·과장 정보로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네이처셀은 성체줄기세포 배양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 시판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10월 6920원이었던 주가가 올해 3월 중에는 사상최고가인 6만2000원에 도달한 바 있다. 당시 라 대표는 조건부허가를 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결과 등이 불완전한 이유로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직후 네이처셀 주가는 폭락했다.

앞서 라 대표는 알앤엘바이오 설립 당시에도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라 대표는 이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또다시 구속되면서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신약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이 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일부 바이오업체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산으로 보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는 상용화를 앞둔 신약에 대한 연구는 자체만으로도 자산이라는 해석 때문인데, 문제는 초기 임상시험에 대한 비용마저 자산으로 처리하면서 발생했다. 때문에 바이오업계는 실적 부풀리기라는 의혹과 금융당국 단속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만 이는 바이오업계 일부 측면이다. 바이오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장성’ 입증으로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2년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국내 허가·출시로 본격적인 부흥 시기를 맞았다. 바이오시밀러는 엄밀히 말해 신약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오리지널 제품에 비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셀트리온과 바이오시밀러 마케팅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은 시장성이 입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과 SK, 코오롱 그룹 등이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뛰어든 것 역시 시장성 영향이 크다. 특히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판매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으며, 현재 공사 중인 3공장이 완공되면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는 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