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는 북·미 협상…文정부 중재 드리이브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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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7-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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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용 방미 "3자회담 준비" 분석

  • 北 대남비난으로 정부에 불만표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미국 방문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정 실장은 방미 기간에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한미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 종전선언'을 위한 중재외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 한·미 안보수장이 뉴욕에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대북 제재 유지를 거듭 강조했던 주말(현지시간 19~21일), 문 대통령은 20일 극비리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미국 워싱턴 DC로 보냈다. 

지난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 이후 미국 조야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북한 역시 '무대응'으로 이어가고 있는 속에서 우리 정부가 '중재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21일(한국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면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도 만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실장은 22일 오후 귀국했다.

이번 정 실장의 방미는 9월 유엔 총회 계기 남·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막판 논의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정 실장이 방미했던 때를 되짚어보면 모두 중대한 일정을 앞두고서였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 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미국과 막판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정 실장의 미국 방문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진전을 위한 것'이라고 알려진 점을 감안해도 남·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핵화는 남·북·미 관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만큼, 남북·북미회담에 이어 남·북·미가 얼굴을 맞대기 위해선 꼭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 직전 단계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후에 북·미 후속 실무협상은 현재 사실상 답보상태다.

여기에 북한 매체의 대남 때리기가 최근 잇따르면서 그동안 화해 무드가 이어져 온 남북관계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면서 정부로선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절차로 본다면 우리 정부가 한·미 당국 간 고위급 접촉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의중을 확인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정부가 어떤 카드로 북·미 중재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미군 유해송환 논의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종전선언 추진 방안을 이번 만남에서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방안이 어렵다면, 북·미 간 종전선언이라도 추진하는 것이 방법이라는 주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의 최근 잇단 대남 비난도 남북교류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다음달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연계해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해 강제 유인납치라며 즉시 송환을 요구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쓸데없는 훈시질'을 언급하며 대남 비난을 했다.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렉처' 일정에서 북·미 정상이 6·12 정상회담 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미 중재자' 역할로 재등판했지만, 북한은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라고 맹비난했다.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문은 또 한반도 정세 급변은 북한의 주체적 결정이었다는 논리 하에 대북 제재를 강조하며 북한에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한·미의 공동 행보를 주되게 비난했다.

또 북한 대외선전매체들은 2016년 중국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달 열릴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 비난에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남북교류와 협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신문의 20일 논평에서 "낡고 망해버린 보수세력이 만들어놓은 사대와 대결의 족쇄에 묶여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에서 씨엉씨엉(성큼성큼) 내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현 처지"라는 주장을 펼치며 북한의 조급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가는 것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자, 한반도 평화의 또 다른 한 축인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높여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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