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71)] 둥지 떠나는 11번가…ICT 기술로 ‘홀로 서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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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7-2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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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이후 10년째 적자…롯데·신세계와 매각협상했지만 실패

  • SK플래닛 분사 후 5000억 유치…모바일 플랫폼 강화로 거래 1위 포부

SK플래닛은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의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 신설 법인의 출범은 9월 1일로 예정돼 있다.[사진=11번가 제공]


오픈마켓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떨어져 나와 ‘분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16년 SK플래닛에 흡수합병된 지 만 3년도 채 안돼, 11번가는 또다시 둥지를 잃게 된 셈이다. SK플래닛은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의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 신설 법인의 출범은 9월 1일로 예정돼 있다.

SK플래닛이 11번가를 분사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실적 부담’이 꼽힌다. 11번가를 품은 SK플래닛은 그동안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실적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 

오픈마켓 업계 1위인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거래액 2위인 11번가는 2008년 론칭 이후 10년째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SK플래닛은 11번가를 흡수합병한 2016년에 3650억원까지 손실이 발생했다. 이 중 절반이 11번가에서 발생한 손실로 추정된다.

SK플래닛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투자 유치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중국 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3000억원 투자 협상이 실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11번가의 불안한 실적은 끊임없는 매각설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위해 11번가 지분 인수를 타진했으나, 경영권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백지화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측이 가격을 너무 많이 제시했다. 롯데나 신세계가 결국 살 만한 매력을 못 느낀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매각설로 상처만 입은 SK플래닛은 결국 11번가에 대해 ‘분사 후 투자 유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온라인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분사 결정 이후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5000억원 규모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를 통해 신설법인의 지분율은 SK텔레콤과 우리사주 81.8%, H&Q코리아 18.2%다. 이를 역으로 추산해보면 11번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이다.

이를 두고 이베이코리아에 이어 오픈마켓 거래액으로 2위 업체인 11번가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쿠팡은 당시 5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았다.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9조원, 같은 기간 쿠팡은 4~5조원 거래액을 기록해 2배 뒤지는 형국이다. 다만 직매입 비중이 90%를 차지하는 쿠팡과 오픈마켓은 셈법이 달라 단순 비교는 힘들다.

이번에 수천억원대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11번가는 모바일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 거래액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11번가→SK플래닛→SK텔레콤으로 이어지던 무거운 의사결정 체계가 별도법인으로 분리되면서 한층 빨라진 데다, 인공지능(AI)과 간편결제 등의 ICT서비스는 강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카이스트 박사 출신인 이상호 SK텔레콤 전무가 신설법인 11번가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11번가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독립 이후 커머스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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