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칼럼] 미·중 보복관세 경쟁과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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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입력 2018-07-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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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경쟁, 무역전쟁 일으킬까...1930년대 대공황 재현 가능성 낮아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보복관세 조치 발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품목과 관세 인상률은 전무후무한 규모였다. 이에 세계는 보복관세의 과도한 경쟁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지, 세계 경제에 재앙을 가져다 줄지 촉각이 곤두서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와 비교한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인상률 결정의 함의를 과거 미국의 대표적인 보복관세 법안인 '스무트-홀리법(Smoot-Hawley Act)'의 후과에서 찾고 있다.

국가 간의 관세 전쟁을 무역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관세와 무역전쟁은 어떤 관계인가. 일방적인 관세 인상에 대상국이 상응하는 조치로 대응하고 또, 이에 다시 보복하는 악순환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러한 악순환의 끝이 무역전쟁인가.

무역전쟁은 일방적인 제재와 금수(禁輸)조치의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제재 단계는 관세율의 조정과 시장진입 정도 또는 개방도, 즉 ‘쿼터’의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최대 병기는 비관세장벽 강화다.

금수 단계는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대상국 제품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역장벽을 요새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금수조치를 당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밀수다.

하지만 상호 의존도가 높고 세계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완벽한 금수조치는 없다. 1990년대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이의 방증이다. 당시 원유 금수조치는 세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이에 생산량과 수출 쿼터를 제한하는 선에 그쳤다. 

보복관세 경쟁은 무역전쟁이 아니다. 관세 경쟁은 관세 인상의 공방전으로 나선형 효과처럼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승폭은 물론 상승한도 모두 무제한이다.

냉전시기 이후 미·중 양국 간의 관세전쟁은 드물었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초와 2000년대 초로, 당시 미국은 날로 커지는 대(對)중 무역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관세 인상과 쿼터 설정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중국에 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1년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중국이 예상 밖의 보복 조치로 대항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시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이었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의 회원국이 아니었고, 그래서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관세율과 쿼터로 맞대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과의 타협에 성공했다.

지난 20세기 마지막 나선형 관세인상 경쟁은 1930년대에 벌어졌다. 미국은 '스무트-홀리법'을 1930년에 통과시키고 수입 관세를 20% 이상씩 높였고, 이에 따라 평균 수입 관세율은 50%를 넘어섰다. 1929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40.1%였지만 1932년에 59.1%까지 뛰었다.

하지만 미국은 1866년과 1922년에도 36% 이상의 고관세 정책을 책정한 바 있었다. 당시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이 25~30%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상폭이 아주 크다고 볼 수는 없었다. 오늘날 미국이 중국 제품에 적용한 인상폭(약 10~15%)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황이 1930년대와 같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되기 어려운 이유는 하나다. 미국의 고관세 적용 품목이 선별적으로 미국 수출입 시장과 국민총생산(GNP)을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33년에는 보호무역 조치로 미국 수입 규모는 1929년 대비 66%, 수출은 61% 대폭 감소했다.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GNP 역시 1929년의 1030억 달러에서 1933년 556억 달러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처럼 관세 인상이 무역은 물론 GNP 등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 그때서야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또, 주목해야 할 사실은 1929년 미국 GNP에서 수입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2%와 4%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보호무역 조치로 인한 무역전쟁이 대공황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의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글로벌 경기 악화가 대공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보호무역 조치와 무역전쟁이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1930년대의 대공황과 같은 타격을 받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일단,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역도 대공황 당시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 상호의존 구조가 유효하다. 즉, 관세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제품이 다른 시장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세계무역기구(WTO)가 존재한다. 불공정하고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관세 조치에 대한 협상의 장과 중개기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과거 1930년대와 다른 구조적 특징이다.

물론, 무역전쟁 가능성이 적다고 미·중 관세전쟁에 안일하게 대응하자는 말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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