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추경‧재정 다 쓴 정부…낼 카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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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7-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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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재정 쏟고도 성과 없어…부실한 경제정책 예상된 수순

  • 남북경협 등 대외경제는 전무…하반기 경제성장 가능할까

  • 청와대‧정치권 눈치 보기 급급…정부 역할‧존재감 사라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8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의미다.

이날 발표한 경제정책은 정부 의지가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실한 정책을 들고 하반기를 이끌어 가겠다는 정부를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탄 부족한 정부··· 극심한 ‘상고하저’ 불러왔다

정부의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한국경제를 극심한 ‘상고하저’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상고하저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분기 1.1%, 2분기 0.6%, 3분기 1.5%, 4분기 –0.2%를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연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활기를 띠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지속되는 것이다. 올해 역시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조기 재정집행이 맞물리며 상반기에 재정을 쏟아부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74조4000억원 규모인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주요 재정사업 계획 가운데 23조5000억원어치(8.6%)를 1월에 집중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에 1월 중 가장 높은 조기집행 실적이다.

일자리사업 예산도 10조7000억원 가운데 35.8%인 3조8000억원이 1분기에 집행됐다. 1.3% 포인트나 초과 달성한 수치다. 올해 전체 예산으로 확대하면 1분기에 31.0%인 87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처럼 상반기 재정을 집중해도 성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여전히 ‘조기집행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결국 추경, 재정집행 등 정부가 쥐고 있는 카드를 모두 상반기에 꺼내들면서 정작 하반기에는 실탄 없이 정책을 집행하는 처지에 놓였다.

◆구체적 방향성 모호··· 왜 내놨나

이날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핵심규제 개선 △공정경제 정착 △약 4조원 재정 보강 등이 전부다. 앞으로 6개월간 시행할 정책은 이들 과제가 전부다. 구제적인 내용도, 추진일정도 정해진 것이 없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부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통상적으로 정책 줄기 정도만 제시하는 수준으로 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저소득층 대책 등 주요 골자만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도 못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동안 성장중심 정책만 남발하던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면서 초래한 결과라는 얘기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신북방·남방정책 등 굵직한 대외경제는 아예 빠져버렸다. 정부 말대로 정책 줄기만 제시하더라도, 대외경제 부문은 하반기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내수시장은 어떻게 살릴 것인지, 혁신성장 후속 대책은 언제쯤 나올지 여부도 계획하지 못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이 보기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대표적인 정책인데 성과가 좋지 않고 노동시장은 참담할 정도다. 정부 정책에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방향만 제시하는 경제정책을 굳이 별도로 발표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14쪽 분량으로 정리가 됐다. 향후 6개월간 추진할 각종 경제정책을 망라한 정부 계획이라고 보기에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책방향은 정부의 핵심 정책을 국민에게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큰 틀을 공개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분량도 50쪽이 넘는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은 74쪽에 달했다.

◆힘 잃은 경제정책, 정부 믿을 수 있을까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정부 색깔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신뢰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나치게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정부는 발표 전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조율이 필요하다며 자료 공개를 부담스러워했다. 당장 하반기 핵심 정책으로 지목된 EITC의 경우도 당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EITC는 민주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 당정협의에서 의견 수렵이 돼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이번 경제정책방향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하는데, 당정협의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인식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를 배제하는 이른바 ‘관료 패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저임금 인상 부분이나 규제개혁, 보유세‧종부세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데 정부 목소리보다 청와대와 정치권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있다. 그동안 윗선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만들다보니 정책적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과감한 정책결정을 못하고 정치권에 휘둘리게 되면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은 무의미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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