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저임금' 유탄 맞은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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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천 금융부 부장
입력 2018-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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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천 금융부장]

중소·영세 사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르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사업자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정부는 해결책의 하나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드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영세 사업자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방패로 내민다는 불만이다. 카드사는 '영원한 봉'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다. 각종 선거를 비롯해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카드수수료는 모두 11차례나 내려갔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한 손쉬운 방법의 하나로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결과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부분 후보들은 카드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카드사 수익과 직결되는 수수료율이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도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수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전체 카드사들의 순익은 2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4년 만에 무려 1조원 가까이 추락했다. 올해도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이 기존 2.5%에서 2.3%로 조정되면서 수익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시장을 배제하고 정치논리를 대입시켜 시장 자체를 망가뜨린 사례는 많다. 미국은 2011년 직불카드 수수료를 건당 21센트로 제한하고, 정산 수수료율도 결제액 대비 0.05% 이하로 못 박았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개정안이다. 카드사 이익을 줄여 소비자와 가맹점 혜택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익이 떨어진 카드사들은 고객 혜택을 줄이고, 카드 발급을 축소했다. 고객들은 카드를 버렸고 시장은 망가졌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카드의 혜택이 이미 줄고 있는 것이다. 수익 대비 고비용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는 데다 금융판매(현금서비스·카드론) 수익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중소 카드사 중심으로 회원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인상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아닌 임시방편적 정책은 영세·중소 사업자들의 고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조금의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작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영세가맹점 5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영세가맹점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기침체(57.2%)와 임대료(15.8%)로 나타났다. 수수료 때문에 힘들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카드수수료를 더 낮춰도 가맹점들은 한 달에 10만원 정도 이익을 보는데, 이것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카드수수료를 낮춰 영세·중소 사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양유업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밀어내기식 강매를 강요한 '갑질'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 같은 갑질이 꼭 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월적 지위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카드사를 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를 바라보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또 다른 갑질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무려 11차례나 강제로 수수료율을 조정 당했다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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