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피해가는 한국해역…北석탄 실은 中선박, 버젓이 한국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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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7-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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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의 소유주인 ‘다이롄 스카이 오션 인터네셔널 쉬핑 에이전시’ 사 등록서류. 중국 다이롄 중산구의 한 멘션을 주소로 기록했다. [사진=VOA]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한국에 들어왔고 이들 선박은 모두 중국회사 소유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북한산 9156t을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에 하역한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는 모두 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사허커우구의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한 중국업체가 선주로 확인됐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은 지난달 '연례보고서 수정본'에서 러시아 사할린주 홀름스크항에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 하역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지난달 내놓은 연례보고서를 보면, 능라2호 운봉2호 을지봉6호 등 북한 선박들이 원산과 청진에서 처음 석탄을 싣고 출항해 지난해 8월 초부터 9월 하순까지 러시아 사할린 남부 홀름스크항에 환적한 것만 7건이다.

이후 10월 북한산에서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석탄들이 홀름스크에서 출발해 스카이에인절호에 실려 4000t, 리치글로리호를 통해 5000t이 인천과 포항에 각각 도착했다.

처음 관련 소식을 보도한 VOA(미국의 소리)는 "문제의 선박들은 제3국에 등록돼 운항하는 편의치적 방식이 이용됐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회사가 하고 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파나마 선적으로 당시 등록돼있던 스카이엔젤호는 지난 4월 이후 바나투로 기국을 바꿔 운항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를 보면 '스카이 엔젤호'는 지난 2월21일 군산항에, '리치글로리호'는 같은 달 20일 인천항에 입항해 안전검사를 받아 각각 4건과 2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억류 등 다른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다.

당시 두 선박이 4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입항했을 때 우리 정부는 하역된 석탄이 북한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선박에 대한 안전 검색만 했다는 것이다.

석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통해 수출입을 금지한 품목이다. 2371호는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하여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이) 기만적 해상 관행을 통해 석탄 및 기타 금지된 품목을 불법적으로 수출하고 선박간 이전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류를 획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가지고 주목"한다며 "금지된 활동이나 품목의 이전에 연관되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은 자국 항구 내 모든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억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들에 대한 억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당시 정황에 대한 보고만 있었을 뿐, 선박을 억류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두 척은 이 건(10월 북한산 석탄 싣고 입항)에 연루되어 있어 우범 의심 선박으로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검색이 이뤄졌다”면서도 “추가 위반사항이 발견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억류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북한산 추정 석탄 9000t의 반입 과정에 대해 한국 수입 업체를 상대로 조사 중에 있다. 

해당 업체가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제재 대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유제품을 선박 간 거래로 북한 선박에 넘겨줬다는 혐의를 받는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파나마 선적 '코티'호 등도 여수항과 평택·당진항에 억류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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