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왕국' 日 최저임금 인상 어떻게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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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7-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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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사가 점주 최저수입 보장 등 제도 마련

  • 로열티 인하, 수도·전기 요금 부담 등 대책

  • 수익률 위해 서비스 확대 몸부림…외국인 고용도 증가

[사진=아주경제 DB]


일본은 편의점 왕국으로 불린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JFA)에 따르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5438개에 달한다. 이는 2017년 5월에 비해 1.4% 늘어난 것이다. 10년 전인 2008년 5월(4만1398개)에 비해 34%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매장방문 고객수와 매출 증가율은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어 편의점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서 편의점 본사는 점주들에게 최저수입을 보장하거나 로열티 비율을 줄이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


◆세븐일레븐 '최소수익 보장 제도' 실시··· 지난해 로열티 1%p↓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노동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연 3% 인상과 최저시급 1000엔(약 1만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지부진한 임금인상률은 일본 경제의 오랜 고민인 디플레이션 현상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편의점 시장의 수익성 역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전체 매장 수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고객수의 증가율은 정체를 보이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JFA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편의점 방문 고객수는 전체 매장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5월에 비해 0.2%(기존매장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8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2008년에는 전체 매장 기준으로 연간 평균 고객수 증가율은 6.2%(기존매장 4.2%)에 달한다. 반면, 2017년 전체 매장의 연간 고객증가율은 0.7%(기존매장 -1.6%)에 그쳤다. 고객수가 줄면서 매출 증가율도 지지부진하다. 올해 5월 전체 편의점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기존매장의 매출액은 되레 1.2%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높은 편이다. 일본 1위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은 가맹점들이 본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 비용은 편의점주가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본사로부터 기기와 설비만 빌리는 경우(A타입)에는 총수익의 43%다. 그러나 본사가 건물과 토지, 그리고 기기와 설비를 모두 제공하고 직영점 형태(C타입)는 총수익의 54~74%에 달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


그러나 세븐일레븐의 경우에는 점포 소유주들의 최저 수입을 보장하는 제도를 내놓으면서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A타입의 경우에는 총수입 중 본사에 들어가는 로열티를 제외하고 연간 2200만엔(C타입은 2000만엔)의 소유주 최저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점포 소유주는 여기에서 임금과 임대료 등 영업비를 제외한 비용을 순수익으로 손에 쥐게 된다. 
 
점포주의 총수입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본사에서 지원해주는 금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본사는 점포 개점 허가에도 다소 신중해지게 된다. 

로열티 비율이 높은 데 비해 수도요금 등 본사가 부담하는 비중도 높다. 본사는 80%, 가맹점은 20%다. 불량품 원가를 15%는 본사가 부담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9월부터 로열티를 1%p 인하하면서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마진이 높다면"··· 자전거 대여 서비스까지 진출

그러나 일본에서도 편의점 운영은 본사에만 유리하고 가맹점주들에게는 불리한 영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서는 최저수입보장제도 있기는 하지만, 이른바 영업비로 책정되는 임금·임대료·쓰레기봉투 등 각종 소모품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얻는 수입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본의 각 업종 연봉을 조사해 게재하는 사이트인 헤이킨넨슈(https://heikinnenshu.jp)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 업주들의 연간 수입은 평균 550만엔(약 5500만원)이다. 일반 기업연봉에 비해 낮다고는 할 수 없으나, 대부분 편의점이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2명의 수입으로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수입이 연 300만엔에 불과한 곳도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이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것도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좀더 마진이 높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편의점들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 카페 서비스를 들여온 것에 이어 최근에는 자전거 대여, 피트니스 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과 중년여성, 그리고 외국인들의 편의점 근무가 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편의점에 근무하는 외국인의 실태를 다룬 '편의점의 외국인'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저자인 겐스케 세리자와는 "일본 편의점에 근무하는 외국인은 4만명에 달한다"면서 "일손 부족으로 임금이 낮고 노동강도가 센 편의점 근무를 하려는 일본인이 점차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목 상권 문제를 파헤친 책 '골목의 전쟁'의 저자인 김영준씨는 "프랜차이즈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점포당 수익 감소는 고려하지 않고 본사가 점포 수를 최대한 많이 늘려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가맹점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해상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저수입보장제는 이를 위한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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