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중국 유통혁신의 기적, 5년 후 냉장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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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7-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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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징둥(京東)이 설립한 오프라인 신선유통매장 세븐프레시(7FRESH)를 방문했다. 일반 매장과는 다른 스마트 카트가 제공되는데, 모바일 앱을 깔고 카트에 연동되어 있는 팔찌를 착용하니 카트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모서리가 나오면 스마트 카트가 알아서 피해 계속해서 나를 따라온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과일에 부착된 QR 코드를 수입과일 구역에 놓인 스마트 유리판에 스캔하면 수입과일에 대한 전 세계 분포현황, 당도, 사이즈 등 관련 정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지금 중국 유통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모습이다. 쇼핑을 마치고 옆에 있는 카페에 가서 라떼 커피 한잔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점원이 3D 프린트 커피를 마시겠냐고 물어 와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내 사진을 QR 코드로 동시에 스캔하면 내 얼굴이 인쇄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징둥은 세븐프레시를 향후 5년 내 중국에 1000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유통혁신이 중국인의 소비 및 생활방식, 패턴을 점차 바꿔놓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모바일 혁신에 이어 오프라인 영역까지 넘나들며 유통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유통혁신에는 클라우드·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돼 있다. 단순히 기술로서 머물러 있지 않고 상용화·산업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산업화는 중국정부의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등과 같은 미래 성장발전계획 아래 다른 영역의 기술 및 산업과 접목되면서 차이나 이노베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 카바나(CARVANA)와 싱가포르 아우토반 모터스(Autobahn Motors)의 자동차 자판기가 있다면, 중국에는 알리바바가 만든 자동차 자판기가 있다. 카바나나 아우토반 모터스의 경우가 중고차를 파는 자판기라면, 중국 자동차 자판기는 거의 신형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12월 오픈한 티몰 자동차 자판기다. 이미 상하이와 난징·광저우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향후 기타 대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포드 자동차가 동참하고 있으나, 곧 벤츠, BMW, 아우디, 마세라티 등 글로벌 자동차도 입점할 예정이다. 모바일과 오프라인의 융합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유통혁신의 사례이다. 차종 선택부터 구매,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10분 이내에 모바일로 진행된다.

우선 알리바바의 티몰 앱을 통해 차량모델을 선택한 뒤 본인을 인증하는 셀카를 찍고 앱으로 전송해 신분확인이 끝나면 바로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대금 결제는 자동차 판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한 뒤 나머지는 할부 방식으로 납부하면 된다. 3일간 시승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3일 내 다른 차종으로 교체할 수도 있다.

중국의 유통혁신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지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지불결제 방식도 모바일 결제를 넘어 안면인식·홍채인식을 통한 자동결제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미 항저우 KFC, 알리바바의 디지털 슈퍼마켓인 ‘허마(Hema)’ 등 일부 상점은 안면인식으로 결제하고 있고, 은행카드 대신 안면인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 ATM기도 볼 수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향후 5년 내 중국에서 냉장고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내일 먹을 음식을 미리 살 필요가 없고, 먹다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없도록 모바일로 주문하면 신선한 고기, 해산물 및 야채를 맞춤형으로 30분 내에 집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온·오프라인 통합형 마트 신선식품 유통체인인 '허마셴성(Fresh Hema)'은 현재의 ‘5㎞ 이내 30분 이내 배송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빅데이터 및 AI의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을 활용해 해당 지역 소비자들이 언제 어떤 신선음식을 먹는지를 알고 그에 맞는 사전 제공 서비스도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중국 유통혁신은 14억명의 중국인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나가고 있다. 14억개 DB가 다시 빅데이터로 재탄생되어 클라우드·AI·IoT 기술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유통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보다 미래가 두려운 것은 14억개의 DB가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산업과 융합되어 또 다른 유통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중국 유통혁신에 글로벌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구글,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유통혁신에 가세하고 있다. 구글이 징둥에 5억5000만 달러(약 5920억원)를 투자했고, 월마트도 징둥의 유통혁신 비즈니스에 동참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우는 KFC와 피자헛의 중국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염차이나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거대한 중국 유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합종연횡의 글로벌 동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만 소외되는 분위기이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있고, 삼성·LG의 소비재 제품 및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중국 유통혁신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단순히 사드 보복 때문이라고 위안하기에는 논리가 부족해 보인다. 이마트가 철수한 바로 그 자리에 허마셴성이 입점해 있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과 이미지를 다시 리셋하지 않으면 14억 중국시장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한국에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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