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개인의 정치 표현에 얼룩진 세계인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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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8-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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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난입한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 소속 회원이 안전요원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황금세대들로 국가대표를 구성한 프랑스가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각종 이슈와 논란이 많았던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16일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은 논란의 방점을 찍는 경기로 꼽혔다. 4명의 페미니스트 단체 회원이 경기장에 난입해 결승전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2대1로 밀리고 있던 크로아티아는 후반전 7분경 공격 기회를 얻었지만, 그 순간 제복 차림의 관중 난입으로 크로아티아의 공격 흐름이 끊겼다. 오로지 승리를 위해 뛰어온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그간 노력이 정치이슈에 휩쓸려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33일간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승전을 한순간에 망쳐버린 이들은 러시아 페미니스트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소속 회원으로 알려졌다. 반(反)정부 성향인 푸시 라이엇은 트위터를 통해 “정치범 석방과 시위자들에 대한 불법적 체포 중단, 정치 경쟁 허용 등을 촉구하고자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독 정치·외교적 표현 논란이 많았다. 스위스 국가대표팀 선수인 제르단 샤키리와 그라니트 자카는 지난달 23일 세르비아와의 조별 예선 경기에서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쌍두독수리는 알바니아 국기에 있는 상징물로, 세르비아와 대립하는 코소보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정치적 행위라는 논란을 야기시켰다. 

또, 크로아티아의 수비수 도마고이 비다는 지난 8일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승리한 뒤 라커룸에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는 영상을 SNS에 게재해 비난을 받았다. 당시 비다가 외친 구호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반대할 때 외친 구호로,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일본 축구팬들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인 전범기(욱일기)를 들고 나와 한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스포츠와 정치를 동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정을 근거로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치·외교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표현이 승패를 떠나 인간적인 예의와 공정한 경쟁, 즉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포츠 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월드컵은 4년마다 전 세계인을 축구장으로 혹은 TV 앞으로 모이게 하는 ‘세계인의 축제’다. 일부 학자들이 테러·실업난에 허덕이던 프랑스가 이번 우승으로 하나가 됐다는 평가를 할 만큼 월드컵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개인 혹은 국가의 정치·외교적 성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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