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최저임금 '뇌관'] 최저임금 8350원 주된 배경은 '소득 분배'...재심의 요구 등 파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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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07-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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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도 최저임금 '뜨거운 감자', 노·사 모두 반발

  • 최저임금 재심의 사실상 '불가'

최저임금 부담, '알바 문의 사절' [사진=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사상 처음 8000원대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도 10% 넘는 인상률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배경에는 저임금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통한 소득 양극화 해소에 무게가 얹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 측 근로자위원은 15.3% 인상된 8680원을, 공익위원들은 10.2% 오른 8300원을 각각 제시했다.

이후 공익위원 측이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표결 끝에 8대6으로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최저임금위는 결정 배경으로 △유사노동자 임금인상 전망치 3.8% △(정기 상여금 등 최저임금 포함)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 인상효과 감소폭 1% △협상배려분 1.2% △소득분배 개선분 4.9%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국내 임금 불평등을 감안,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최저임금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며, 소득분배 개선분을 계산할 때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10.9% 중 소득분배 개선에 절반 가까운 비율을 할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불어 최근 국내 경기 침체와 조선업·자동차 등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가시화, 취업자 증가세 둔화 등 열악한 고용상황 등을 감안해 인상 폭을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려면 당초 근로자위원이 제시했던 15.3% 인상된 8680원으로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취약 계층 일자리가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1만원 목표를 고집하기보다 국민 경제를 고려,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상당부문 반영된 것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표결 직후 “경제상황이라든지 고용상황, 그러면서 동시에 최저임금의 본질적인 목적, 굉장히 중요한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임금인상 이런 부분까지 결합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가 돼 버렸다.

1만원 달성을 실현하려면 내후년 최저임금을 19.7% 인상해야 하는데, 이 같은 인상률은 국내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뜨거운 감자', 노·사 모두 반발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835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최대 500만명의 근로자가 올해보다 17만원까지 월급이 오르게 된다.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주와 소상공인이 인력 감축과 함께 폐업까지 언급하며 크게 반발하는 이유다.

경영계는 영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둘 다 수포로 돌아갔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 각 경제 단체의 성명서가 빗발쳤던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돼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내년 최저임금이 어떤 경제지표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며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 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결정된 최저임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상공인 모라토리엄(불이행)을 흔들림 없이 실행으로 옮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지급 기준을 최저임금법에 맞추지 않고, 사용주-근로자 간 조율로 최저임금을 알아서 주겠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이 달갑지 않은 것은 노동계도 마찬가지였다. 내년 최저임금 첫 협상 때부터 노동계는 1만790원을 요구했다.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한 해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막혀 2020년에도 1만원 달성은 어렵게 됐다.

민주노총은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내건 노동 존중 정부의 슬로건이 낮부끄럽다"며 "'최저임금 3년 내 1만원 실현'이라는 공약 폐기 선언에 조의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10.9%의 인상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재심의 사실상 '불가'

정치권은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바른미래당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2019년 최저임금안 재심의를 요청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도 다음 날 재심의를 요구했다.

이번 결정이 영세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대통령 공약에 무리하게 맞춘 결과라는 지적이었다.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어느 한쪽이 고용부 장관에게 이의 제기를 할 경우,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심의를 한 사례가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 재심의 요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선언한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결정과 상관없이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이 상위법을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최저임금 미만 지급을 합의했다 하더라도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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