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대국굴기(大國崛起)’, 중국 앞에 놓인 두 개의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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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8-07-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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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으로 실물경제 휘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면초가 -

[김상철]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중국인들의 기세가 여전히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중국몽(中國夢: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는 것)’의 실현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심지어 일반 인민들까지도 자신감에 사기 충천되어 행보에 거침이 없다. 그들의 안중에는 이미 미국과 대등한 지위의 패권국가가 되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으로 잔뜩 부풀어 있다. 모든 것이 전(錢)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착각 속에 세계를 흔드는 중국의 위세가 놀랍다. 이웃 국가인 우리나 일본도 중국 관광객이 풀어주는 돈다발을 더 받을려고 안간힘을 쓴다. 1980년대 당시 G2로 군림하던 일본을 연상케 할 정도다. 미국 알짜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동(東)아시아를 일본 경제권인 엔(円)블록으로 만들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본 기업이나 사람들에 대해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후 1990년대 초에 일본 경제의 버블이 무너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것은 국가 경제의 흥망성쇠가 실로 추풍낙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의 중국은 그 때의 일본보다 훨씬 더 집요하면서 한편으론 거칠다. 무소불위(無所不爲)리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중국의 이런 행태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중국의 경제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중국 제조 2025’라는 프로젝트로 기술 패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힘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21세기 판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프로젝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궁극적으로 유럽을 연결하는 중국 주도형 거대 경제 벨트를 만드는 구상이다.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들의 화살 시위가 앞당겨진 것은 미국의 지난 오바마 정권의 외교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 공화당 보수주의자와 달리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인 정책을 견지한 것이 중국 공산당의 야심을 부채질한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전통적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정책을 고수해 왔으나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후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면서 ‘대국굴기(大國崛起)’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시의적절하다”와 “시기상조다”라는 이중적인 평가가 붙어 다니는 것은 중국의 현실을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최근 잘 나가는 중국에 제동을 걸만한 복병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나친 야욕이 자충수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13년 시작된 일대일로 프로젝트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이다. 66개 국가에서 추진 중인 1674개 인프라 건설 사업의 14%에 해당하는 234개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파키스탄·스리랑카 등의 국가들은 빚더미가 쌓여 졸지에 채무 불량 국가로 전락하는 등 중국 기업만 배불리게 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둔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 뻗쳐 놓은 102개의 고속철 사업도 대부분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을 직접 겨냥한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은 중국의 기술 패권 가도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모양새다. 2030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금융은 차치하고라도 첨단 기술에서만은 우위에 서겠다는 중국의 계산이 정확하게 빗나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 한국마저도 중국에게 첨단 기술이 넘어갈까 노심초사하면서 경계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미(反美) vs 반중(反中) 편짜기 점입가경, 적전(敵前) 분열로는 모두 패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칼집에서 나온 칼을 중국이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갓 출범한 시진핑 2기 체제가 순항하면서 그 이후까지도 포석을 깔고 가려면 그대로 밀고 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트럼프 체제가 계속되는 한 중국에 대한 압박이 중단될 기미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지만 속도 조절을 의미하는 전략적 후퇴는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양 쪽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이자 정치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명백한 것은 공산당 일당 체제의 시진핑에게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트럼프에게 있다는 점이다.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서만 정책의 힘이 발휘되고 재집권이라는 가도가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에서도 보호무역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고, 실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중국도 실물경기 둔화에 미국의 관세폭탄이라는 이중고가 급습하면서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투자와 소비에 이어 생산 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면서 GDP 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채와 버블 등 숨은 뇌관까지 들썩거리면서 경착륙의 우려가 여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이러한 미·중간의 치킨게임에 대응하는 여타 국가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보호무역에 대해서는 반(反)트럼프 전선에 속속 합류한다. 반면에 지식재산권(기술) 보호와 관련해서는 반(反)중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각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편짜기에 동승하는 것은 한동안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의 민감 이슈가 수두룩하다. 총칼은 들지 않았지만 이 엄청난 무역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 심지어 개인에게 있어서 실로 중차대한 이슈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이 분명하다. 국가가 대응을 잘못하거나, 자칫 기업이 이 전쟁에서 희생자가 된다면 결국 개인에게도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배만 채우려고 안달하면 모두가 공멸한다. 정상에서 바닥까지 가 본 바다 건너 일본은 모두가 똘똘 뭉쳐 ‘1억 명이 총 활약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오늘을 사는 ‘주식회사 일본’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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