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재설계]상속세 낮추는 세계…한국은 공제 줄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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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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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상속세율,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높아

  • ‘상속세 폐지’ 결정하는 국가 늘어…세부담 피하려 지하로 숨어

 

세계 각국이 소비가 왕성한 젊은 세대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령층에 고여 있는 자산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점차 상속세를 낮추고 있다. 일부 국가는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부의 집중‧대물림을 완화하기 위해 상속세에 높은 세율을 매긴다. 세계적으로 소득세율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헝가리밖에 없다. 상속세율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최근에는 공제 등을 축소, 상속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을 물려줄 땐 할증까지 붙는다. 법인세‧소득세에 이어 상속세까지 우리나라 조세제도가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세율만 높을 뿐 내는 사람은 소수

우리나라는 ‘부의 집중’이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고세율을 매겨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세율이 50%에 달하는 이유다.

세율로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55%를 떼어가는 일본에 이어 둘째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이나 독일도 40%, 30%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최대주주 보유 주식) 30% 할증세율까지 붙어 65%가 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26.6%)과 비교해도 두 배가량 높다. 총 조세수입 대비 상속‧증여세 수입 비중은 2015년 기준 OECD 평균이 0.34%인데, 우리나라는 1.28%에 달한다.

이 비중이 1%를 넘는 나라는 벨기에(1.6%)와 일본‧프랑스(각 1.2%)뿐이다. 미국(0.52%)이나 독일(0.56%)의 두 배를 웃돈다.

상속세율이 높은 대신 우리나라는 각종 공제제도를 들여와 세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우자공제 5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합쳐 10억원 정도는 상속세 없이 상속이 가능하다. 여기에 상속세를 내겠다고 자진신고하면 세액공제를 추가로 더해준다.

이런 공제를 모두 적용하면 결국 실제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2%밖에 남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속재산이 세금 없이 이전된다는 뜻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상속된 재산을 받은 사람은 273만7000명에 달하지만, 상속세를 낸 사람은 1.9%인 5만3000명에 불과하다.

◆상속세 낮추기 나서는 세계··· 한국은 ‘강화’

1970년대 캐나다는 아예 상속세를 폐지했고, 호주도 뒤를 이었다. 뉴질랜드와 이스라엘은 1981년, 1992년 상속세를 없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포르투갈‧슬로바키아‧멕시코‧스웨덴‧오스트리아‧체코‧노르웨이 등 수많은 나라가 ‘상속세 제로 국가’에 합류했다.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 65%에 달하던 상속세를 물렸는데, 2005년 스웨덴 의회는 만장일치로 상속세 폐지를 결정했다. 중국‧홍콩‧싱가포르는 상속세 자체가 없다.

상속세를 없애지 않더라도,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가 많다. 10% 이하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는 이탈리아‧폴란드‧스위스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상속세율이 두 자릿수지만, 소득세율보다는 낮다. 프랑스는 상속세와 소득세 세율이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상속세는 ‘낮은 세율-넓은 세원’이라는 원칙 방향과 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부의 대물림에 엄격한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고세액공제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지하로 숨는 ‘물려줄 돈’··· 전문가까지 동원해 ‘숨긴다’

상속세 부담이 과도해지자 ‘꼼수’를 찾아 세금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일부는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기도 하고, 최근에는 세금분야 전문가까지 동원해 지능화된 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소비확대로 이어져야 할 자산이 엉뚱한 곳으로 숨게 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5월 해외 소득‧재산 은닉 혐의자 3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일부 부유층과 기업이 세무전문가 조력을 받아 교묘한 수법으로 해외에 소득‧재산을 은닉해 세 부담을 회피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증거를 통해 세무전문가가 납세자의 조세포탈행위에 공모‧개입한 것이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조세포탈죄 공범으로 고발하는 등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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