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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억3500만명…印경제 새 성장동력은 여성

김신회 기자입력 : 2018-07-12 05:00수정 : 2018-07-12 08:48
노동시장 남녀 성균형 맞추려면 여성 2억3500만명 더 고용해야 IMF, 성균형 맞추면 印경제 27% 성장…"노동시장 개혁 급선무"

지난 6월 27일 인도 뭄바이에서 '밧 사비트리' 축제에 나선 여인들이 반얀나무 주위를 목화실로 엮으면서 남편의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락슈미(Lakshmi)'는 힌두교에서 부와 행운의 여신으로 통한다. 그러나 정작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여성은 부와 거리가 멀다. 인도에서 일하는 여성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낮다. 사우디가 최근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여성의 사회참여 기반을 넓히려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도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낮아지고 있다. 정규·비정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2005년 35%에서 최근 26%로 떨어졌다. 그 사이 인도 경제 규모가 2배 이상 커지고 일할 수 있는 여성 인구는 4억7000만명으로 25% 늘었지만, 실제로 일하는 여성은 1000만명 가까이 줄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자 최신호에서 인도 여성이 남성 고용률을 따라 잡으면 2억3500만 명의 노동력이 더 공급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전체 고용자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전역의 공장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 엄청난 인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해 고용시장의 성비 균형을 바로잡으면, 경제 규모를 27%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열악한 여성의 인권 개선 등 비경제적인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에서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려면 먼저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부의 아이러니'에 주목했다. 인도에서 일하는 여성이 감소한 건 교육 받는 여성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인도인들의 경제여건이 나아지면서 여성들이 일터 대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가계의 부가 늘면서 여성들의 교육 기회가 늘었는지 몰라도, 일은 더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여성을 집에 모셔두는 게 집안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단지 더 나은 혼처를 찾기 위해 딸을 교육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인도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사회적 관행이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일을 하려면 가족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결혼한 여성에게는 훨씬 더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인도인들은 흔치 않은 일자리라면, 남성이 먼저 차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2012년 인도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84%가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인도에서 2005년 이후 창출된 일자리의 90%를 남성이 독차지했을 정도다. 그러나 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인도 여성 가운데 3분의 1은 기회가 주어지면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인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전략이 남성보다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이 할 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인도에서 여성은 주로 농업 부문에서 일했는데 최근에는 기계가 여성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인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아 제조업은 물론 낮은 수준의 서비스 산업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문화가 비슷한 이웃나라 방글라데시가 의류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면서 2005년 이후 일하는 여성 수를 50% 늘린 것과 대비된다. 중국에 버금가는 제조업 거점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는 여성의 4분의 3이 일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교육기회 확대, 도시화, 친여성 근무환경 조성 등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일반적인 대책이 인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며,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노동시장 개혁이 될 것으로 봤다. 고용과 해고 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의 숨통을 열어줘야 기업들이 큰 공장을 짓고 여성들을 대거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문맹률을 비롯한 여성복지 척도의 개선 조짐에 만족해 그 효과가 노동시장으로 내려오길 마냥 기다리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여성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마당에 인도가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일터에서 인도 여성보다 사우디 여성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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