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워런 버핏과 올바른 '행동주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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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8-07-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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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아이알메드(IR MED) 대표

워런 버핏을 추종하는 투자자는 셀 수 없이 많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버핏은 어떻게 투자 대가가 됐을까. 많은 사람이 버핏을 분석해왔다. 서점에 있는 관련서적을 보면 '안전마진' 개념이 가장 많이 소개돼 있다. 쉽게 얘기하면 기업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즉,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발생하는 차이를 안전마진이라고 부른다. 물론 버핏을 추종하는 투자자도 안전마진을 중요하게 여긴다.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을 계승했다. 미국 경제학자인 그레이엄은 가치투자 창시자로 불린다. 버핏이 얘기하는 안전마진도 결국 가치투자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버핏에게서 배울 점은 이것뿐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버핏을 더 알아보자. 버핏에 대한 전기를 보면 그는 어려서부터 백만장자를 꿈꿨다. 열 살도 안 돼 갖가지 사업을 벌였다. 그러다가 주식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책을 사진 찍듯이 기억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다. 그레이엄이 진행하는 수업에서도 버핏은 책을 보지 않은 채 관련기업 재무제표를 외워 토론할 정도였다. 즉, 버핏은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출발선이 달랐다. 게다가 누구보다 집요하게 기업을 분석했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버핏은 알려지지 않은 우량주를 찾아내 저가로 매집한다. 그리고 줄기차게 기다릴 줄 안다. 버려진 담배꽁초도 마지막 한 모금을 피울 수 있다. 담배꽁초처럼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싸게 사들이는 것을 '담배꽁초 접근방식(cigar butt approach)'이라고 부른다.

이제부터가 핵심이다. 버핏이 굴리는 펀드는 갈수록 커졌고,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투자한 회사에 직접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면서 경영에 관여하게 됐다. 때에 따라서는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즉, 버핏은 '행동주의 투자'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가 유명해졌다. 버핏에게는 안전마진과 담배꽁초 접근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능한 경영진 탓에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 버핏은 이럴 때 경영진을 바꿔서라도 성과를 내는 투자방식을 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버핏을 추종하는 것은 실수다. "싼 주식을 사서 기다리면 한 번쯤 크게 오르겠지." 즉, 이런 식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일부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펀드도 비슷한 실수를 한다. '한 번은 오르겠지'라는 식으로 소외주에 투자하면서 가치주펀드라고 홍보한다. 자산운용사 역시 안전마진이나 담배꽁초 접근방식에만 집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행동주의 투자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버핏이 얘기하는 행동주의 투자와는 다른 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자사주 매입이나 액면분할처럼 단기적으로 주가를 띄울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 정작 본질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뒷전이다. 일단 주가만 올려서 치고 빠지자는 식이다. 버핏이 '행동주의 투자'라면, 이런 치고 빠지기는 '행동주의 투기'로 볼 수 있다.

투자자가 회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더라도 투기적 행동주의가 판치면 시장 건전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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