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 52시간 근무 시행 일주일..."충분하다" VS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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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윤지은 기자
입력 2018-07-0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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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특례업종 26개서 5개로 줄이려는 시도, 의의 있어"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신규 인력 채용 지원금, 몇 조 투입으로 되겠나"

여당과 정부·청와대가 다음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먼저 실시되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간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한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말도 탈도 많았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일주일차에 접어들었다. 시행 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근로자 입장에선 과중한 업무시간을 지적하며 정책 도입을 환영한 반면, 고용주 입장은 달랐다. 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 노동시간만 단축하면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는 논리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일주일을 맞은 6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노동계 약자들을 대변하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이사장이자 노사관계학을 전공한 교수다. 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 거시금융팀 선임연구원 근무를 시작으로 거시경제, 금융연구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두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당위성이라는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론에서 의견차를 보였다. 이 교수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라고 봤지만, 김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이 꼭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탄력근무 시한 연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이 먼저라는 것이다. 반면 김 교수는 현행 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줄인 법 개정에 대해서도 업종마다 경쟁력, 생산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업종별, 지역별, 종사상 지위별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교수는 의미 있는 시도라 호평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사진 =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제공]


다음은 아주경제와 이병훈 교수의 일문일답.

- 주 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하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손해인 정책이란 말까지 나오는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노동 생산성과 임금이 동시에 오른다. 8시간 일하고도 10시간만큼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10시간 분 임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장시간 노동은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 산업재해 등 파생되는 문제도 많다."

- 근로시간을 단축한 만큼 노동 생산성을 늘릴 수 없는 공정도 있지 않나.

"이런 업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업주 부담이 커지겠지만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신규 채용 1인당 지원 금액을 월 40만원에서 월 60만원으로 확대했다. 물론 지원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고 최저임금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 중소기업의 경우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용보험에서 재원을 조달해 신규 일자리를 지원하겠다고 해도 기업이 그 방안을 매력적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

- 한국도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보다 유연한 근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재보다는 유연성, 탄력성을 확대해나가야겠지만 지금 당장 이를 논의하는 건 적절치 않다. 서구는 유연근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며 노사 간 규범이 섰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도록 근무 체제 운용과 법이 따로 노는 관행이 만연했다. 근로시간이 법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주 52시간 근무제 안착이 먼저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자마자 기업에 타격이 간다는 이유로 임금 등에 대한 정비도 없이 탄력근무 기간을 6개월로 늘린다고 하면 노동계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 작업 주기가 긴 기업들은 탄력근무 시한을 당장 늘려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휴대폰 제조업의 경우 기획부터 생산까지 최소 6개월은 잡아야 한다고 한다.

"새로 법을 만들고 시행하다 보면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다. 정책을 현실에 적용하면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차제에 보완해야 한다."

- 정부가 포괄임금제에 관한 지침을 오는 8월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침 발표가 늦어지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봤자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많고 악용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에 관해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다만 주 52시간 일률 적용이 어려운 직종은 임금체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포괄임금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이 구분된다. 이를테면 영업직, 연구직 등은 근로시간 한계가 정해져 있으면서 연장근로수당이 임금에 포함돼 있다. 반면 제조업 등 정형화된 업종은 8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 연장근로로 계산한다."

- 주 52시간 근로를 법으로 못 박는다 해도 지키지 않는 사업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중소기업은 노조 조직률도 낮다.

"우리나라는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이 때문에 사업주에 대한 근로 감독 행정이 확충 및 강화돼야 한다. 또 근로자들이 문제 사항을 제때 신고할 수 있는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법이 현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노동시간 단축의 예외로 인정되는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를 허용하게 되면 사각지대의 근로자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동의한다. 이런 논의가 나오면 항상 그 사람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느냐는 얘기를 한다. 차차 특례업종이 모두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공론화를 통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제도 개선 과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줄이려는 시도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윤지은 기자]


다음은 아주경제와 김상봉 교수의 일문일답.

- 현재 시점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적절한가, 부적절한가.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선 주 52시간 근무가 맞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시간이 길다. 외국에서 온 사람이 제일 처음 하는 얘기가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거다."

- 주 52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52시간만 일하면 좋은데, 지금은 생산성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시간만 줄였다. J노믹스 정책 가운데 하나가 사람에 대한 투자다. 이 부분이 선행됐어야 했다. 사람의 일을 기계로 대체하거나, 사람이 기계를 잘 쓸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 한국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과중한 노동시간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생산성은 투입 시간 대비 아웃풋이다. 투입 시간이 길면 생산성은 떨어지게 돼 있다. 투입 시간이 줄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정상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열 명 중 세 명이다. 생산성의 문제가 생긴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R&D에 투자하는 등 교육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 주 52시간 근무제로 피해를 입게 될 업종은 무엇이 있나.

"금융업뿐 아니라 의료산업,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건설업, 조선업 등 제조업 일부도 타격이 클 거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데, 분석해본 결과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거기다. 학교만 봐도 아르바이트하던 학생들이 계속 잘려나간다.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달부터 줄기 시작했다.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줄여버렸으니 추가 고용을 해야 하는데 임금마저 높다. 그러니 추가고용을 못하고 사업주가 일하다 그마저도 안 되겠다 싶으면 가게 문을 닫게 되는 거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은 다 연결돼 있다. 따로 놓고 볼 수 없다."

- 주 5일 근로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도 우려가 크지 않았나. 그런데 돌이켜보면 잘 정착됐다. 물론 지금과 그때의 경제 성장률이 다르긴 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도 정착될 수 있을까.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정착될 거라고 본다. 다만 노동자가 투잡을 뛰게 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거다.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노동시장 유연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찬성이지만, 정규직을 해고하지 못하게 하는 건 반대다. 임의로 직원을 찍어 쫓아내는 갑질은 문제지만 평가 결과 생산성이 나쁜 사람은 잘라야 하지 않겠나. 아까 말한 열 명 중 일곱 명 말이다."

- 정부가 포괄임금제에 관한 지침을 오는 8월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침 발표가 늦어지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봤자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사라져야 한다. 모든 것을 하나에 포함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주당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고 최저임금을 올려봐야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받으면 해당사항이 없다."

- 정부에서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를 위해 필요한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월 60만원까지 지원을 한다고 한다.

"재정을 얼마나 투입할지 모르겠지만 몇 조 투입해서는 어렵다. '안 되면 세금으로 보조한다‘는 생각도 문제다."

- 대기업의 경우 52시간으로 근로 시간이 축소됐을 때를 미리 대비해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한다. 중소기업도 6개월 정도 계도기간을 두면 괜찮겠나.

"중소기업도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신규 인력 채용보다는 탄력근무제 도입 등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탄력근무제에 관해 요구하는 것이 적용 기간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업종이 몇 개 있다. 예컨대 회계법인은 상하반기에 유독 바쁜 시점이 있다. 따라서 현행 3개월을 6개월 정도로 늘리는 건 괜찮다고 본다. 1년으로 늘려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매해 탄력근로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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