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 예멘 난민 논란... "난민은 범죄자? 섣부른 일반화 금물" vs "유럽은 난민 수용 후 치안 악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민수·박경은 기자
입력 2018-07-05 15: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문준석 대표, "난민 문제 이슈화된 것만으로 법 개정 계기 될 것"

  • 난대연 기획자, "찬성측, 이상 아닌 현실을 봐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2월 말레이시아-제주도 직항 노선 취항이 시작된 후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그중 549명이 난민 신분을 요구하자 논쟁에 불이 붙었다.

무사증 제도와 출도 제한 조치 등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난민 혐오 정서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에서 난민 수용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프리카 난민 바리스타 육성 카페(‘내일의 커피’) 운영자 문준석 대표(35)는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인과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아프리카 난민이 직접 아프리카 커피를 내려주고 한국인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다니던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아프리카 난민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문 대표는 “커피가 쓰다는 편견과 난민에 대한 선입견이 동시에 깨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캐치프레이즈를 ‘쓰지 않을거야 인생도 커피도’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문 대표는 “난민을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만의 기준을 국민적 관심 속에서 법제화시키고 제대로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우리나라로 들어온 난민이나 난민 신청을 인정받은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체계는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 바리스타 육성 카페 '내일의 커피' 운영자 문준석 대표의 모습. [사진=박경은 기자]


다음은 문준석 대표와의 일문일답.

-카페 운영을 통해 아프리카 난민의 자립을 돕고 있다. 제주 예멘 난민의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민 문제가 안 좋은 이슈로 오르내리지만, 이슈화된 것 자체만으로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동안 난민은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취약계층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에 위협이 가지 않는 선에서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이 합의점을 찾아가면 될 것 같다.”

-일부 시민은 제주 예멘 난민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슬림 인구가 어마어마하다. 이 무슬림 전체를 나쁘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난민이나 무슬림에 대해 얘기하고 토론하는 건 좋지만 정확한 정보와 사실(fact)을 가지고 말하면 좋겠다. 언론에서도 가짜뉴스를 많이 다루고 있고, 과장되거나 불명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주 예멘 난민이 대부분 2030무슬림남성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안전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슬림이니까 코란(이슬람교 법률)에 따라 무슬림 여성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여성을 보는 시각이 우리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저희 카페 바리스타 중에도 무슬림이 있었는데 한국 여성을 무슬림 여성과 동일하게 보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난민 천사’라고 불리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유럽 밖 난민 통제 강화에 찬성할 정도로 유럽 내 반(反) 난민 기조가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안타깝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를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독일은 난민 신청자만 수백만 명이고 인정자 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신청만 해도 의료·생활·주거비용을 지원해주고 독일어와 직업 교육을 해준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가 총 4만명 정도인데 6개월 뒤 한국에서 일하게 될 때를 대비한 어떤 교육도 없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결국 난민 대부분이 공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 정부, 시민 사회의 노력과 난민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한국에 잘 정착해 서로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난민 2·3세대가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테러가 난민 2·3세대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퍼져있는 난민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그간 테러에 난민이 이용됐을 수도 있겠지만, 자국민을 이용하거나 IS가 직접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난민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은 난민뿐 아니라 이민자까지 받아들이지 말자는 이야기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찬반 의견을 가진 모두가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정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다. 또 일단 혐오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포감을 심지 않으면 좋겠다. 난민과 직접 얘기해보지 않고, TV에서 봐온 모습만으로 짐작하고 행동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지난 3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불법난민신청자 외국인대책국민연대(난대연) 기획자 아니모(익명·여·24)씨.[사진=박경은 기자]


한편,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불법난민신청자 외국인대책국민연대(난대연)’ 주최 집회가 열렸는데, 주최측 추산 1000여 명(경찰 추산 700명)이 모여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난대연은 이날 집회에서 △난민법 폐지 △불법 가짜난민 추방 등을 촉구했다. 난대연은 지난달 21일 네이버 블로거 ‘일반 국민’이 첫 게시물을 올린 뒤 6일 만에 결성됐다. 난대연은 자신들이 특정 정당·단체 소속이 아닌 일반 국민임을 강조한다. 3일 오전 난대연 기획자 아니모(익명·여·24)씨를 만났다. 아니모씨는 집회 물품 구매·언론사 접촉·행사 진행 등을 맡았다.

다음은 난대연 집회 기획자 아니모씨의 일문일답.

-평범한 직장인으로 알고 있는데, 난민 반대 집회를 기획한 계기는.

“유럽 소도시에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살았다. 16년에 난민이 급격히 늘어나 치안이 안 좋아졌다. 난민이 일으킨 살인과 테러로 대학 동기 2명을 잃기도 했다.”

-찬성 측에서 인종차별을 이유로 난민 수용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황인종, 백인종을 뺀 모든 난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소말리아에서 반정부활동을 하다가 온 난민 등 생명에 직접적 위협을 받는 난민은 얼마가 와도 한국이 품어줘야 한다.”

-이번에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난민이라고 보지 않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티 반군 측이 아니더라도 정부에 가담해서 군인으로 싸울 수 있었는데, 거절하고 나온 거 아니냐. 그런 사람들은 받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말레이시아-제주 직항 노선을 폐쇄하고 예멘을 무비자국에서 제외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였는데.

“그걸 강경 대응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난민법 폐지까지는 아니어도 인도적 체류 허가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우성과 같은 유명인이 난민 수용 찬성 의견을 밝히는 데 대한 생각은.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대사고 스타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분 집 근처에 난민이 올 리가 없지 않나. 한남동, 압구정 펜트하우스에서 경호원들 거느리고 다닌다.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 난민 인정비율은 신청자의 약 4%로 세계 평균(38%)에 비교해 적은데, 어떻게 보나.

“인정 비율이 낮다는 건 우리나라에 오는 난민 중 부적격 난민이 많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미 위에 2500만 국제법상으로 인정받는 난민(북한 주민)이 있다. 저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난민을 받을) 여력이 없다.”

-‘한국은 동아시아 유일 난민법 제정 국가지만 법·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맞다. 난민심사관이 부족하고 부적격 판정이 나도 추방 조항이 없다. 국가인권기본계획(NAP) 조항에서도 종교·성별·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난민에 대해선 재고가 필요하다.”

-일부 여성계는 예멘 난민이 대부분 무슬림이고 성인 남성이라 여성 안전에 위협적이라는데.

“무슬림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의 관습법 문제다. 아랍에미리트 등은 가부장적인 나라지만 남자들이 신사적이다. 종교로 뭉뚱그릴 문제는 아니다.”

-예멘 난민을 받아들이면 치안이 나빠질 거라고 보나.

“파리 테러의 경우 무슬림 난민 2·3세들이 저지른 것이다. (우리나라도) 똑같이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반대하는 데는 현재와 미래 다 이유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난민 수용 찬성 측에게) 이상주의가 아니라 현실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