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준익 감독 '변산', 촌스러움과 트렌디함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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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7-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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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산' 스틸컷 중, 선미(김고은 분)와 학수(박정민 분)[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고향이라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발목은 드럽게 잡네!”

학수(박정민 분)는 무명 래퍼다. 6년째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지만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지원을 포기할 수 없다. 학창시절, 유려하고 빛나는 문장을 쓰던 문학도 학수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담은 가사를 들고 다시금 ‘쇼미더머니’ 오디션에 참가하고 2차 예선까지 붙게 된다. 그러나 오디션에서 ‘과거’를 맞닥뜨리게 된 학수는 ‘멘탈붕괴’를 겪으며 또 한 번 탈락을 겪게 된다.

속상함을 감출 겨를도 없이, 학수는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고향인 변산을 찾는다. 잊고 싶은 기억과 흑역사가 만연한 그곳에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선미(김고은 분)와 징글징글한 옛 친구들, 평생 원망하고 살아온 아버지(장항선 분)만이 남아있다. 하루빨리 고향을 벗어나려던 학수지만 예측 불허의 사건으로 변산에 묶이게 되고,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을 괴롭히던 ‘흑역사’와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는다.

영화 ‘변산’은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 ‘소원’, ‘사도’ 등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최근 ‘사도’, ‘동주’, ‘박열’에 이르기까지 연달아 시대극을 선보였던 이 감독은 오랜만에 ‘변산’을 통해 시대극을 선보인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적인 휴머니즘을 선보인 이 감독은 전라북도 변산이라는 소도시와 트렌디의 정점에 놓인 힙합이라는 장르를 버무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맛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고향’이 주는 뭉근한 감성과 불편함을 지긋하게 깔아두고 우리 삶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공감과 이해를 돕는다. 거기에 힙합이라는 장르가 주는 통쾌함과 묵직한 한 방은 색다른 재미를 더할 예정. 그러나 주인공 학수의 직업이자 소통의 수단인 힙합은 드라마를 거드는 수단으로, 이 작품을 ‘힙합영화’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변산’은 이 감독의 장기인 ‘휴머니즘’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며 화해하고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이는 이 감독의 전작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과도 닿아있다. 두 작품이 세대와 타인에 대한 소통 수단으로 ‘록’을 이용했다면, ‘변산’은 최근 흐름에 맞춰 유행의 최전선에 있는 ‘힙합’을 통해 관객과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또 사랑과 우정, 애정과 증오, 원망과 용서 등 보편적인 감성들을 여러 군데 포진시키며 관객들의 공감과 몰입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변산’이라는 지방색을 더해 능청스러움을 앞세운 유머코드는 시종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오랜 호흡을 통해 이준익 감독의 휴머니즘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배우들은 매끄러운 흐름과 유연한 감정 컨트롤을 선보인다. 학수 역의 박정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어느덧 한 작품을 끌고 갈 만큼 성장했음을 실감케 한다. 선미 역의 김고은 또한 사랑스러운 연기로 극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용대 역의 고준은 풍부한 전달력으로 거칠지만 묘한 귀여움을 가진 인물을 그려낸다. 미경 역의 신현빈, 원준 역의 김준한 또한 전작을 잊게 만드는 능청스러움으로 더욱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4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3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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