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현대기아차 에바 가루, 브랜드 이미지 더 추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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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입력 2018-07-0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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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현대·기아차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모든 브랜드마다 무상수리와 리콜 등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나 작년 후반부터 시작한 현대·기아차의 ‘에바 가루’ 문제는 점차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바’는 이배퍼레이터(evaporator)라고 하는 증발기를 지칭하는 약어로, 증발기 온도차에 따른 수분이 증발기 표면의 알루미늄 막을 떨어뜨리면서 발생한 수산화알루미늄 가루가 실내로 유입되는 문제를 말한다. 결국 증발기 불량이라는 것이다. 이 가루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진행형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

현대차 그룹은 현재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분할합병안은 반대에 부딪히며 주주총회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또 생산 현장의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구조를 비롯해 강성노조와 통상임금 문제, 환율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중국발 사드 문제는 이제야 풀리기 시작했고 지난 1사분기 미국 시장의 판매도 약 10% 줄어든 형국이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친 노동자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현대차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나마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시장도 수입차의 급증과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로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워졌다. 인터넷상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흉기차’란 조롱이 나오며 아예 신차 구입 시 후보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누적되고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에바 가루 문제 등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 실추시키고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말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기아차의 대표 효자종목인 쏘렌토에서 시작된 이 문제는 조기 해결을 무시하면서 현대차까지 번지기 시작했고 한 두 차종이 아닌 여러 차종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문제가 커진 후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모든 브랜드는 물론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 대처해야 할 국토부도 늘 그래왔듯 늑장 대처로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절감케 했다. 이제야 무상수리 개념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으나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에바 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로 하얗게 뿌려지는 초기 상황에서 마셔도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의견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무책임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 발표만을 기다리는 행태는 소비자를 마루타로 보는 시각이다.

사태 초기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조기에 리콜을 실시했다면 현대차 그룹을 보는 시각은 달라졌을 것이다. 현대차가 흉기차로 불리게 된 배경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항상 소비자를 생각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란 인식이 굳어지면서 정부는 물론 각 부처의 대응도 안일했다.

언론에 대한 대처 방법도 문제다. 변명만 하지 말고 잘못을 확실히 인정하면서 국민들에게 호소했다면 현대차는 국민기업이란 인식이 커질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지금처럼 변명만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현대차를 보는 국민적 시각은 부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에바 가루 문제와 관련해 이제야 무상수리를 한다고 했지만 타이밍을 너무 많이 놓치진 않았는지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늑장만 부리는 정부의 결과를 보지 말고 자발적이면서 신속하게 소비자를 배려하는 결정을 하루 빨리 진행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현대차는 징벌적 보상제나 소비자 중심의 미국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속이 타고 국내 소비자가 봉이 된 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현대차를 비롯해 모든 브랜드와 수입사까지 소비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적당히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업계에선 ‘못난 한국 법대로 하자’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에바 가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현대차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진솔하면서 발 빠르게 소비자 중심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 흉기차란 비아냥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현대차의 자정적인 노력과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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