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국의 성장기업 리포트] 상생 요원한 '숙박 O2O업계'…재뿌리기ㆍ물타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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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8-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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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어때, '경쟁사보다 먼저 알리고 보자'…알맹이 없는 졸속 홍보전략 판쳐

  • 불필요한 소모전보다 함께 전진해야

  • 도 넘지 않는 '선의 경쟁' 펼쳐야

김선국 성장기업부 기자[사진=아주경제 DB]

"저희 내일 액티비티 오픈하거든요. (야놀자가) 정보를 먼저 알고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네요."

지난달 27일 오전 9시께 숙박 O2O(오프라인 기반 온라인 서비스) 스타트업 여기어때 A 임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이날 여기어때는 오전 8시50분쯤 '국내 최대 규모의 액티비티 예약 시장 연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출입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같은 날 오전 8시 정각에는 경쟁사인 야놀자가 '레저∙액티비티 예약 서비스 본격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야놀자의 보도자료를 50분 일찍 받은 출입 기자들은 이를 먼저 기사화했다. 홍보 시점에서 한발 뒤처진 A 임원은 출입 기자들에게 "야놀자가 재를 뿌린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경쟁사의 '물타기 전략'이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여기어때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 날인 28일에 레저·액티비티 예약서비스를 시작하는 반면, 야놀자는 일주일 후인 7월 3일에 오픈한다. 서비스 시점이 일주일이나 차이나는데 어떻게 알고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느냐. 우리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도록 야놀자가 선수 친 것'이라는 것이다. A 임원 말이 사실이라면 물타기용 자료가 맞다.

그러나 야놀자는 여기어때의 지적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야놀자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레저·액티비티 관련 기업과의 제휴와 인수, 공동 마케팅 등의 사업을 해 왔다. 더구나 두 회사가 지금껏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마케팅, 인수·합병(M&A) 등을 서로 경쟁하듯 추진해 왔는데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 타이밍에 맞춰 홍보한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반박이다.

이 상황에서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뷔'가 느껴지는 것은 양사가 업계 대표적인 '견원지간(犬猿之間)' 으로 꼽힐 정도로 라이벌 구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7일 야놀자가 글로벌 진출 간담회를 연다고 2주 전부터 포문을 연 상황에서 여기어때가 불과 이틀 전인 5일 '2018 글로벌 사업 비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서둘러 배포해 야놀자 측의 원성을 산 일이 있었다.

이때 야놀자는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 기업인 '라쿠텐'과의 독점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어때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 없이 계획만 남발해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까지도 진척된 해외 사업은 단 한 개도 없다. 여기어때가 '경쟁사보다 먼저 알리고 보자'는 알맹이 없는 졸속 홍보 전략을 추진해왔다고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이번 레저·액티비티 사업에서도 여기어때는 있을 수 없는 실수를 범했다. 고객과 약속한 날짜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시장선점에만 눈이 멀었다는 비난의 중심에 섰다.

여기어때는 지난달 28일 안드로이드(구글의 소프트웨어)와 IOS(애플의 소프트웨어) 앱을 동시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레저·액티비티 서비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출시일부터 레저·액티비티 상품을 절반 이상의 가격으로 할인 행사를 하겠다고 못박았지만, 할인은커녕 상품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자 A 임원은 "직원 5명이 아이폰을 쓰는데 문제없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A 임원은 "5명의 직원은 출시되기 전에 미리 확인이 가능한 개발자용 앱을 깔아 벌어진 해프닝이라며 단순 실수였다"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쉬이 믿기지 않았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48시간이나 되지도 않는 여기어때 앱 업데이트와 씨름하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동종업계는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상도의(商道義)' 라는 것이 존재한다. 따지고 보니 업계의 상생에 재를 뿌리는 것은 야놀자가 아니라 여기어때였다.

최근 숙박 O2O는 포화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통 큰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본연의 경쟁력에 기반을 둔 신시장 창출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손을 잡고 뛰어도 모자란 판에 더이상 불필요한 소모전을 해서는 안 된다.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 숙박 O2O 업계의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지난해 중국 선전 출장길에 만난 이수진 야놀자 대표와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가 얼싸안고 상생협력을 다짐해 큰 화제가 된 것이 불과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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