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조선왕실 출산부터 육아까지 한 눈에" 아기씨 탄생 태항아리..국립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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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7-0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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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나라의 복을 담은 태항아리' 특별전 9월 2일까지

태(胎)는 태반이나 탯줄과 같이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직을 말한다. 요즘은 태를 냉동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의료폐기물로 버려진다. 하지만 조선 왕실에서는 자손의 탄생은 나라의 큰 경사였고 그만큼 태까지도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보관했다. 태를 2중으로 도자기에 담는가 하면 소위 명당이라고 불리는 곳에 묻고 비석과 조형물을 세웠다.

[백은경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가 국립고궁박물관서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지병목)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관장 한형조)은 국립고궁박물관 1층과 2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왕실 아기씨의 탄생-나라의 복을 담은 태항아리' 특별전을 9월 2일까지 연다.

아기씨는 궁중에서, 어린 왕자나 왕녀ㆍ왕손을 높여 이르던 말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석류 모양 비녀']


이번 전시는 조선 왕실의 새 생명 탄생을 염원을 시작으로, 왕실 여성의 임신과 태교, 아기씨의 탄생과 양육 그리고 태실 조성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

지병목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생명 탄생에 대해 왕실이 갖고 있던 기대감이라든지, 왕이 됐을 때 첨가한 예식 같은 게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며 "조선 왕실의 생명 존중, 정체성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은경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원자나 원손의 건강과 복이 나라의 복과도 연결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 태실 조성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영친왕비 쌍동자감작노리개']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종사지경(螽斯之慶), 왕실의 번영을 바라다'

1부 '종사지경(螽斯之慶), 왕실의 번영을 바라다'는 왕실의 태교와 출산 관련 유물들이 전시되며, 일상생활 속에 깃든 자손 탄생에 대한 염원을 살펴본다.
종사(螽斯)는 한 번에 많은 알을 낳는 '베짱이과'의 곤충으로 종사지경은 나라의 경사를 뜻한다.

왕실 여성의 일상용품에는 자손의 탄생을 바라는 염원으로 여러 가지 문양들이 장식돼있다.

자손의 번창을 뜻하는 문양에는 어린아이, 포오덩굴, 석류, 연꽃, 연밥, 물새, 덩굴식물, 나비, 물고기 등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화조도 병풍']


'화조도 병풍'은 창덕궁의 전각을 장식했던 그림으로, 폭마다 각종 꽃과 열매, 새 등이 화면에 가득하다. 꽃과 열매, 암수가 한 쌍을 이룬 동물들, 보모의 보호를 받는 어린 새끼들의 모습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

'백자도 병풍'은 부녀자 또는 아이의 방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면 궁중에서 혼례가 있을 때, 세자빈으로 간택된 여성이 머물던 별궁에 설치하기도 했다. 병풍에는 많은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묘사됐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왕자 복건']


영조의 딸인 화유옹주(1741~1777)의 묘에서 출토된 비녀에는 머리 부분을 석류 형태로 조각했다.

'영친왕비 쌍동자감작노리개'는 다산을 상징하는 어린 남자아이를 표현한 동자 문양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덕혜옹주 아기시절 당의와 홍색 스란치마']


▶2부 '고고지성(呱呱之聲), 첫 울음이 울려 퍼지다'

2부 '고고지성(呱呱之聲), 첫 울음이 울려 퍼지다'에서는 왕실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고고지성은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에 내는 힘찬 첫 울음을 뜻한다.

전시장에는 삼일·초칠일·삼칠일·백일·돌 등 출생에 관련된 의례와 관련된 유물이 전시됐다.

'돌잡이용 천자문'은 색의 형태나 종이가 화려한 색지로 돼 있는 것으로 볼 때 세자나 왕자의 돌잡이용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왕실에서 사용했던 '왕자 복건'은 왕손이 돌잔치 날에 착용했던 관모이다. 검은색 용무늬 비단에 금박으로 길상문이 새겨졌고, 비취, 산화, 진주 등으로 장식됐다.

'덕혜옹주 아기시절 당의와 홍색 스란치마'도 눈에 띈다.
조선의 마지막 옹주인 덕혜옹주가 돌 무렵에 찍은 사진에서 입은 당의 및 스란치마와 유사하여 그 시기에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의에는 '수(壽)'와 '복(福)', 스란치마에는 복(福)과 백(百) 등의 문자와 화초 무늬를 금박으로 장식하여 복을 기원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순조 태실 석난간 조성과 배치에 관한 의궤']


▶3부 '좋은 땅에, 태실을 만들다'

3부 '좋은 땅에, 태실을 만들다'에서는 아기씨의 태를 정갈하게 갈무리하여 좋은 땅을 찾아 묻고 태실을 조성했던 안태문화를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태실 조성과 관련된 의궤 등 문헌자료, 태실 가봉 후 왕에게 올렸던 태봉도와 태실비의 탁본, 태를 담은 태항아리와 태지석 등이 전시됐다.

'순조태실비 탁본'은 1806년(순조 6년) 순조의 태실에 세운 태실비를 탁본하여 만든 족자이다. 태실비의 앞면에는 '주상전하태실(主上殿下胎室)'을, 뒷면에는 비를 새운 날짜를 새겼다.

'순조 태실 석난간 조성과 배치에 관한 의궤'는 순조 태실 가봉의 논의부터 공사를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책에는 공사관련 공문서, 각종 물자와 인력조달 및 분배,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관청 간의 협조요청, 작업 경과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국보 제177호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


▶4부 '태항아리,생명을 품다'

4부는 '태항아리,생명을 품다'라는 주제로 조선 왕실에서 아기씨의 태를 담았던 다양한 도자기들을 조명한다.

조선 왕실에서 만들어진 태항아리는 도기로 사용하다가 세종대 이후로 분청사기가 등장하고, 성종대에 백자로 만들어졌다.

도기 태항아리는 큰 항아리 형태를 만들기 위해 흙을 늘려서 쌓아 올리는 방식을 썼다. 이 때문에 흙의 접합을 위해 항아리의 내·외면에 두드렸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태조 도기 태항아리']


현재 외항아리만 남아 있는 '태조 도기 태항아리'에도 두드렸던 흔적을 확인 할 수 있다.

'성종비 윤씨 태항아리와 태지석'은 현존하는 왕비의 태항아리 중 유일하게 완형으로 남아 있다. 내항아리는 도기로, 외항아리는 분청사기로 제작됐다.

경상북도 상주에는 세종의 왕자 중의 장남인 문종을 제외한 18명의 왕자와 원손인 단종의 태실이 있다.

세종 왕자의 태실은 집단적 계획적으로 조성된 매우 이례적인 경우로, 태항아리 역시 독특하다.

조선 시대 일반적인 내ㆍ외항아리의 구성이 아닌, 내항아리 역할을 하는 분청사기 대접과 작은 분청사기 항아리가 있고, 외항아리 역할을 하는 뚜껑 모양의 분청사기로 구성됐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세종 안태용 도자기']


성종 이후에 태항아리는 외항아리와 내항아리 형태의 백자로 만들어졌다.

특별전 기간에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달 26일에는 ▶조선 왕실의 출산과 태의 의미(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진행) ▶17세기 중엽 조선백자 태항아리의 편년 및 제작 양상(김경중 경기도자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조선 왕실 태항아리(백은경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의 주제로 강연이 있다.
8월 9일에는 ▶조선 왕실의 장태문화와 태실 관련 회화자료(윤진영 장서각 왕실문헌 연구실장) ▶조선 시대 국왕의 탄생이야기(박용만 장서각 책임연구원) ▶조선 시대 왕실의 안태와 가봉의식(이욱 장서각 전임연구원) 등의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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