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은행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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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8-06-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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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대출금리 조작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그 저변에는 1금융권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10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KEB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 BNK경남은행 등 3개 은행이 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을 적게 기입하거나 담보가 있음에도 없다고 입력하는 방식으로 대출자에게 높은 금리를 부과했다. 신뢰가 생명인 1금융권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듣고도 믿기지 않는 행태다.

이들 은행은 금리를 높게 부과한 것이 집단적인 조작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금리를 높게 책정한 게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출금리 부당 부과로 경남은행이 5년 동안 약 25억원, 하나은행 1억5800만원, 씨티은행은 1100만원을 고객들로부터 더 받았다. 세 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경남은행만 해도 올해 1분기에만 665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부당이득 규모가 수익을 좌지우지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은행의 변명처럼 진짜 실수일 수 있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 아니던가. 문제는 그 실수를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했거나, 발견하고도 용인했다는 데 있다. 

경남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 부당 금리 적용이 1만2000건에 달한다. 한 달에 200건씩 금리를 과다하게 적용한 셈이다. 실수로 치부하기엔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 더구나 하나은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코픽스 입력 오류로 초과 납입된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환급해줬다.  
 
여론이 들끓자 세 은행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부당하게 책정돼 더 받은 이자를 고객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들 반응은 싸늘하다. 당국의 조사가 없었더라면 은행들은 부당하게 이자를 더 챙기고 있었으면서도 입을 닫았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과다 청구된 이자를 환급해주는 것으로 은행들은 면죄부를 받으려 하고 있다.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 같은 은행들의 뻔뻔한 행태는 은행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악의적일 경우 징벌 차원에서 피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 소송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당국이 직접적으로 은행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고객들은 은행에 내 재산을 믿고 맡긴다.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쯤에서 은행장들은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진다. 은행장은 좋은 일에만 얼굴을 내비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니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 책임지고 사과할 줄도 알아야 최고경영자(CEO)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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