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속 이야기] 냉면의 비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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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06-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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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평양냉면을 공수해오면서 잠시 냉면 붐이 일었지만, 이제 진짜 냉면의 계절이 왔다.

냉면은 조선 시대에 양반들이 먹던 음식이었다. 11살 나이에 즉위했던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는 밤이 되면 당직근무를 서는 병사들을 불러 냉면을 시켜 먹었다고 전해진다.

순조는 어느 날 군관 중 하나가 돼지고기를 사 온 것을 보고 왜 사왔느냐고 물었다. 군관이 "냉면에 넣어 먹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순조는 "저자는 혼자 먹을 것이 따로 있으니 냉면을 줄 필요가 없다"며 냉면을 빼앗았다고 한다.

조선의 26대 임금 고종도 냉면을 즐겨 먹었다. 짜고 매운 음식을 싫어했던 그는 "냉면만큼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더 맛있다"며 상궁들에게 이야기했고, 왕궁의 공식 행사가 있을 때는 냉면을 올리라고 명하기도 했다.

냉면이라 하면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이 먼저 떠오른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차가운 동치밋국이나 육수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평양은 서북부의 문화·경제 중심지로 먹는 것을 즐기는 고장인데, 음식은 양념을 적게 해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한 맛을 즐겨 밍밍할 정도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홍석모(1781~1857)의 <동국세시기>에는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돼지고기 섞은 것을 냉면이라 하며 잡채와 배, 밤, 소고기, 돼지고기 썬 것과 기름, 간장을 메밀국수에 섞은 것을 골동면이라고 하는데 그중 평양냉면이 제일'이라고 기록돼 있다. 평양지방에서 즐기던 냉면은 6·25 이후 월남민에 의하여 전국에 퍼져 사계절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함흥냉면은 감자가 많이 나는 함경도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감자녹말을 주원료로 해서 쫄깃하고 질긴 면을 만들어 매운 양념으로 비비고 가자미회 등을 양념으로 무쳐 고명으로 얹어 먹는 음식이다.

맛있는 함흥냉면은 당시 피란민들이 많이 살았던 서울 중구 오장동에 가면 먹을 수 있다. 비빔냉면은 매운 양념을 비벼서 나오나, 회냉면은 면에 양념을 하지 않고 참기름, 설탕 등을 취향대로 더해 먹는다.

냉면 마니아들은 질긴 면발에다 절대 가위를 대지 않는다. 냉면을 가위로 잘랐다가는 메밀면의 구수한 맛과 식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메밀은 특히 위와 장을 튼튼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 내친김에 오늘 점심은 시원한 냉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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