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스토리' 김희애 "문정숙役, 대충 할 수 없어…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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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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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예쁘고 좋은 역할을 못 맡더라도 이 역할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게 해보자고. 1등으로 해내고 싶었어요.”

연기 경력 35년 베테랑 배우 김희애(51)에게 충격을 안겨준 캐릭터. “이대로 하다가는 후회할 것 같아서 정말 죽도록 열심히” 분투했던 작품.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여러 가지 이유로 김희애를 도발하고 긴장하게 만들었으며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영화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다.

극 중 김희애는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가는 당찬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캐릭터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투리부터 일본어까지 필사적으로 외우고 공부”했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캐릭터를 완성하고자 했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님은 제가 못 미더웠던 것 같아요. 계속 ‘한 번 더’, ‘한 번 더’ 하시더라고요.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나중에 제 사투리 연기를 보니까 끔찍하더라고요. ‘이러다 후회하겠다’ 싶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자를 선택한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김희애가 연기한 문정숙은 부산 출신 여행사 사장으로 부산 사투리는 물론 일본어도 능통한 인물. 김희애는 “언어적 연습이 필요했던 캐릭터”라며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영화를 보니까 생각보다 짧게 지나가는 거 같더라고요. 하하하. 처음에 사투리에 일본어까지 해야 한다고 해서 정말 부담이 컸거든요. 일본어는 해본 적도 없어서 읽기도 힘들고, 빨리 말하는 건 더더욱 힘들었어요. 석 달 정도를 꼬박 연습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대사를 자꾸 바꾸셔서 곤혹스러웠죠. 어찌나 달달 외웠는지 지금도 외우라면 외울 지경이에요. 그 긴 대사가 툭 치면 나올 정도로요.”

김희애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언어’뿐만이 아니었다. 문정숙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라는 점도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언젠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꼭 맡아보고 싶었어요. 그런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어차피 연기라는 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건데, 실제 인물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잖아요? 배우로서 너무나 좋은 기회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더 부담스럽고 벅차더라고요.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존경스러웠어요.”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중[사진=NEW 제공]


‘허스토리’를 만나기 전까지, 관부재판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김희애는 “연기를 하면서 너무 부끄러웠다”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이 없었어요. 저 살기도 바빴거든요. ‘허스토리’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제가 몰랐던 스토리, 관부재판 등에 대해 알게 됐고 너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일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투리, 일본어에 더 목숨 걸었던 거예요. 보통 작품이었다면 ‘이만하면 됐다’ 싶었을 텐데, 이 작품은 끝까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대충할 수가 없었어요.”

문정숙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빠듯했다. 사투리부터 일본어, 감정 연기까지 그야말로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캐릭터를 흠결 없이 만들기 위해 애쓰는 김희애에게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베테랑’ 배우들은 존재만으로도 큰 의지가 되었다고.

“함께 연기하는 것, 그분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더라고요. 큰 울림도 있었고 동지애도 느껴졌어요. 그간 어딜 가도 제일 연장자였는데, 선배님들과 함께 있으니 정말 편안하고 든든하더라고요.”

영화 '허스토리'에서 문정숙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선배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김희애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이와 관련해 김희애는 최근 극장가에 불어 닥친 ‘시니어 배우 열풍’을 언급,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느낀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생님들의 연기는 아직도 신선하잖아요. 보기만 해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연기자의 수명을 늘려주고 계신 것 같아서요. 감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죠. 어릴 땐 제가 이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할 줄 몰랐거든요. 어찌 되었든 아직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고 지금은 나문희, 이순재 선생님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요.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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