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 시행] ⑧ 日 도쿄 긴자거리 '불야성'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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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디지털뉴스룸 편집장
입력 2018-06-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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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밤의 거리' 도쿄 긴자(銀座) 중심에 자리 잡은 복합쇼핑몰 긴자식스(GSIX)의 폐점시간이 지난달부터 30분 앞당겨졌다. 긴자식스에 입점한 음식점들은 밤 11시30분까지 문을 열어 퇴근이 늦어진 직장인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해 왔지만, 이제 종업원들의 잔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문을 일찍 닫기로 했다. 긴자에 위치한 백화점 '마쓰야'도 이달부터 30분 앞당긴 오후 7시30분에 폐점한다.

최근 일본에서 백화점과 음식점 등 상업시설의 영업시간을 앞당기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에 발맞춰 민간에서도 '장시간 근로'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로시간에 상한선을 설정해 잔업을 제한하고, 근무시간이 아닌 성과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 중이다.
 

도쿄의 대표적 밤거리 긴자에 위치한 긴자식스는 지난 5월 7일부터 영업시간을 30분 단축시켰다. [사진=긴자식스] 


일본정부가 지난 4월, 각의(閣議)에서 결정해 입법절차를 밟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 법안’은 △잔업시간의 제한 △고도(高度) 프로페셔널제도 시행 △동일노동‧동일임금제도의 도입이 골자다. 고도 프로페셔널제도는 임금을 시간이 아닌 성과로 지급하는 제도이며, 동일노동‧동일임금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다. 관련 법안이 이달 안에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4월부터 대기업에서 우선적으로 시행되며, 중소기업은 2020년 4월부터 적용된다.

일본정부는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 촉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성과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시간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국가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에 따르면,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은 일본이 20%로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지역 국가에 비해 8~11% 이상 높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업무의 자동화가 급격히 진행돼 성과가 곧 근무시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일하는 방식 개혁의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일하는 방식 개혁은 순조롭게 추진되는 반면, 중소기업의 개혁은 지체되는 모습이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나가와현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의 60%가 인력부족을 이유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종업원 수가 적은 기업일수록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 적용 대상에서 국가공무원이 빠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가스미가세키(霞ヶ関)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일반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15분까지지만, 일본 인사원에 따르면 잔업시간은 월 평균 19~30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회기 중에는 잔업시간이 월 평균 100시간이 넘는 부처도 많다.

공무원이 잔업이 많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는 2만591명으로 20년 전인 1996년에 기록한 4만5000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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