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복분자 치즈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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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6-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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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공‧육가공 기술 전수로 축산업 발전 활로 열어

  • 차별화된 ‘한국형’ 유‧육제품 가공기술 보급…농가 만족도 높아

농협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서 축산물 가공식품 판매‧홍보 행사에서 판매 농장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부터 다우리목장 최영림 대표, 지원목장 곽수정 대표, 유레카목장 김수영 대표, 청원자연랜드 안용대 대표)[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치즈하면 유럽부터 떠올리시죠? 목장에서 한국형 치즈를 만드는 곳도 무척 많아요.”
전남 영광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김수영 대표는 젖소 100여 마리에서 얻은 신선한 원유로 찢어먹는 치즈인 ‘스트링 치즈’부터 ‘플레인 요구르트’‘숙성 치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3개월 이상 숙성한 네덜란드식 ‘가우다 치즈’에 지역 특산품인 △복분자 △모싯잎 △고추 등을 넣어 만든 ‘이색 치즈’는 우리나라 소비자 입에 맞아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한국형 유‧육가공 제품이 축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단순 보조 식재료로 사용되던 치즈와 소시지 등도 지역별 특색을 갖춘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된다.

그러나 성장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차별화된 제품을 가공하는 기술을 농가가 직접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대규모 가공업체와 차별화된 유‧육제품 가공기술을 개발, 농가 및 영농법인에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내산 축산식품의 소비를 늘리고 유통 효율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그동안 기술을 보급한 농가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고, 새롭게 기술을 요청하는 지역에도 맞춤형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특색 있는 치즈’ 제조 기술부터 품질 개선방법까지

자연치즈 제조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는 2003년부터 시작된 ‘목장형 자연치즈 제조기술 교육’에 참여하면 잡을 수 있다. 국내산 자연치즈의 품질 개선과 치즈 소비 활성화를 위해 낙농가에 자연치즈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자리다.

라클렛‧고다‧베르크 치즈 등 다양한 자연치즈 제조이론과 실습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치즈의 미생물 특성 및 숙성 중 변화 등 깊이 있는 내용을 알 수 있다.

외부전문가의 특강을 통해 낙농산업 발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추진대책은 물론 △유가공장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이해와 적용 △유통‧마케팅 교육을 받는다.

교육에 참가한 충남 효덕목장 이선애 대표는 “낙농가끼리 유가공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교육을 통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유자연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농업연구사 “국내 목장형 유가공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새 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유제품 소비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목장형 자연치즈 제조기술 공동연수에 참여한 농가들이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 입맛에 맞는 고추‧마늘 생햄…‘소규모 육가공 연구회’ 육가공산업 견인차로

우리나라 육류 소비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 5.2㎏에 불과했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16년에는 51.3㎏까지 증가했다. 이 중 절반(24.4㎏)은 돼지고기다. 닭고기(15.4㎏)와 쇠고기(11.6㎏)가 뒤를 잇는다.

그러나 즐겨먹는 요리는 구이 등 몇 가지 용도로 제한돼 있다. 부위별 소비불균형이 크다는 얘기다.

농진청 관계자는 “일부 부위에 대한 소비가 많은 만큼, 비인기 부위를 육제품으로 만들면 부가가치가 상승,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며 “또 고기와 육제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은 식육가공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내산 식육의 부위별 균형 소비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새로 만든 업종이다.

농가소득 증대를 이끌기 위해 농진청은 2016년부터 △6차 산업 관심농가 △육가공업소 운영자 △유통업자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 담당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육가공 연구회’를 만들어 기술교육을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실습 위주 교육과 각 분야 전문가를 활용한 강습회, 국내외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고부가 발효 육제품 제조법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특수제품 제조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다.

전시회와 품평회도 개최해 우리 입맛에 맞고 특색 있는 제품을 알릴 계획이다.

교육에 참여한 전남 해남의 다우리 농장 최영림 대표는 돼지고기에 고추와 마늘을 넣은 ‘자연 발효 소시지’와 ‘생햄’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발효소시지나 생햄은 유럽인이 주로 즐기지만, 최 대표의 육가공 제품은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만들기 위해 전통양념을 활용한다.

최 대표는 “20여년 동안 돼지를 키우다, 가공 기술에 도전해 발효 소시지와 생햄까지 만들게 됐다”며 “황토고구마를 먹인 돼지에 우리나라 전통 양념인 마늘‧양파 등을 넣어 건강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에 참여한 이보근(전북 전주, 소규모 육가공업)씨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이론과 기술을 배울 곳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열심히 배우고 익혀 나만의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석근 농진청 축산물이용과장은 “소규모 육가공산업 관련 기술 전수와 정보교류를 통해 연구회가 6차산업화 모델 확산에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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