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할랄 키우는 정부, 기업은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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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06-2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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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생활경제부 기자]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할랄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삼양식품과 농심,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빙그레 등은 라면에서부터 김, 유제품까지 품종을 마다 않고 할랄제품의 해외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슬람권 국가 진출에는 할랄식품에 대한 세계적 공인인증이 필수다. 현재 세계 3대 할랄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의 ‘자킴’과 인도네시아 ‘무이’, 싱가포르 ‘무이스’가 꼽힌다. 이 외에 중동지역의 '에스마'가 있는데, 특히 에스마는 중동지역 진출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이들 4개의 할랄인증을 중심으로 초기 동남아에서 최근 중동지역까지 시장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정부가 할랄 인증이 좋다고 해 일찍부터 이슬람 국가 수출과 관련해 이를 준비해왔는데 이제서야 빛을 본다”며 이슬람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서 한국 라면은 할랄인증과 제품군 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액이 7700만 달러(약 859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5200만 달러(약 580억원)에 비해 48%나 성장한 규모다.

농식품부의 발표대로 국내 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식품업체들의 고민은 따로 있다. 정부가 수출 실적을 앞세워 ‘생색’을 내는 사이,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부터 인증획득까지 컨설팅과 비용을 모두 스스로 충당해야만 했다. 심지어 소관부처가 외교부인지 착각한 업체가 있을 정도로, 정부의 전방위적인 기업 지원은 없었다. 

한 식품업체의 경우 에스마 인증을 획득하고 중동에 순조롭게 제품을 수출했지만 2년마다 있는 ‘인증 갱신’을 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됐다. 지난해 국내에 파견된 중동지역 실사단이 갑자기 연락 두절된 탓이다. 이후 중동 측에서는 기존 인증은 인정할 수 없다며 새 인증을 요구했고, 이 업체는 제품 리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절박한 심정으로 해당업체는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농식품부는 한국식품연구원, 민간기구 전문가를 연결해준 것에 그쳤다.  

국내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정보 제공, 전문가 컨설팅 등의 지원이라도 있을 법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할랄인증 전문가’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지 무역관이 있고 강연도 열고 있다”는 코트라(KOTRA)마저도 중동지역 할랄인증 관련 정보는 2016년 10월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UAE와 ‘농업 및 할랄식품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할랄식품 시장에 우리 농식품의 수출 진출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3년 전에 이를 공언한 농식품부가 그 이후에도 전문가 육성과 체계 정립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은 이슬람시장 진출을 독려하던 정부의 공식적인 태도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할랄식품의 수출효자 품목인 ‘김’만 해도 지난해 수출 5억 달러(약 5589억원)를 돌파했지만, 정부가 정확한 수출필요량을 가늠하지 못해 재고량이 평년 대비 50%가량 늘어 손해가 커졌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할랄시장 진출로 ‘K 푸드’ 열풍을 이어가려는 우리 식품기업들의 고군분투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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