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EO 이름 건 '사장님 카드', 금감원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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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입력 2018-06-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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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케팅 비용만 부풀려"…자제 요구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사장님 카드'에 대해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자사 CEO의 이름을 내건 프리미엄 카드를 대거 출시했다. 공신력 높은 CEO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고객 혜택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만 부풀린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맹점수수료와 대출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감독당국이 사기업의 마케팅 비용까지 통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카드사 부사장급 임원들을 모두 소집해 업계 현안을 논의하며 지나친 마케팅 경쟁을 지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장님 카드'를 예로 들며 과도한 혜택 때문에 수익 대비 비용 지출이 큰 상품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나친 마케팅 비용으로 카드사 수익을 떨어뜨리는 상품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사장님 카드란 각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영업 방침과 경영 가치를 담아낸 카드를 일컫는 말이다. 경영 철학이 녹아 있는 만큼 CEO들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고객과의 대내외적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최고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임영진 사장의 '딥드림 카드', 우리카드는 정원재 사장의 '카드의 정석 POINT', 롯데카드는 김창권 사장의 경영철학을 내세운 '아임(I’m)' 시리즈를 출시했다. 

문제는 카드사 CEO들의 이름을 내건 만큼 경쟁이 심하다는 것이다. 고객 유치를 위한 점유율 경쟁 때문에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이 일반 상품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당국은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제살 깎기 식 출혈경쟁으로 다른 금융 상품의 혜택을 줄이거나, 아예 카드를 단종시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가맹점수수료율과 대출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 '원흉'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예고 없이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가 이뤄져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개 전업계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결제 과정을 효율화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결국 감독당국은 '사장님 카드' 등 마케팅 비용이 높은 상품을 빌미로 가맹점수수료율과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을 계속 올려놓고는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수수료율 인하에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카드사들에 대한 행정 지도 등을 통해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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