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의 역설…시장 축소로 소비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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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8-06-2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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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후 화학생활용품 매출↓…투자 감소

  • 안전·기능성 내세운 고가 프리미엄 제품 출시…소비자 부담 커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옥시 의약품 불매운동 기자회견'에서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시민들에게 개비스콘 스트렙실 등 옥시제품 불매 운동 캠페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기업이나 제품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불매운동의 유형은 “특정상품을 아예 팔지 말라” “그 물건 들여오면 사지 않겠다”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을 압박해, 해당 제품군 전반의 시장을 축소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2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불매운동으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마저 퇴출이 이뤄지고 결국 제품군 내 경쟁 둔화로 ‘투자 감소’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는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고 다시 시장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옥시 불매운동이 2년째 지속되면서 주요 유통채널에서 옥시 제품은 자취를 감췄다.  옥시 제품이 사라진 이후 대형마트의 표백제·방향제·탈취제·섬유유연제 등 화학생활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50% 감소했다.  

이처럼 시장 전체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는 해당 제품군에 대한 판매촉진 활동 또한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제품군 자체의 홍보를 주도하던 매출 1위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해당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회복시켜 줄 동력도 사라진 것이다. 실제 6월 현재 서울의 한 대형마트 오프라인 전단에 소개되는 프로모션 중 생활용품은 탈취제 1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촉진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서 판촉사원 일자리도 줄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판촉사원이던 A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관련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되고 업계와 마트 차원의 프로모션이 대폭 줄어들면서 판촉을 담당할 제품이 없어졌다”며 일자리를 잃은 고충을 토로했다.

이성구 서울대 소비자학과 객원교수는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제한되는 경우, 그 의도와는 다른 경제적 파급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안을 의식한 기업들이 안전성과 기능성을 내세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CJ몰은 옥시 불매운동이 시작된 다음달부터 일반 성인용 시판 치약보다 10배가량 비싼 독일 천연 화장품 브랜드의 어린이 치약을 선보였고, 올리브영에서도 개당 1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치약’ 카테고리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제품군의 시장 축소가 기업의 제품 투자 감소, 판매 촉진 활동 감소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성구 교수는 “불매운동이 기업의 윤리적 경영을 촉구하는 측면이 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경쟁을 왜곡해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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