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 생전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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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8-06-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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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유·비유 등 특유의 간접화법

[사진=연합뉴스]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는 오랜 정치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 나는 표현들을 적절히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김 전 총리는 정치판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풍부한 은유와 비유, 고사성어를 이용한 간접화법을 이용하는 화법을 즐겼다.

특히 정치상황이나 자신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촌철살인’ 스타일이었다.

다음은 생전에 고인이 남긴 주요 어록.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한일 국교를 정상화시키겠다.”(1963년. 일본과의 비밀협상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자의 반 타의 반(1963.2.25. 4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외유에 나서면서)

△“파국 직전의 조국을 구하고 조국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5·16 혁명과 1963년 공화당 창당이라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됐다.”(1987년 저서 ‘새 역사의 고동’)

△“5·16이 형님이고 5·17이 아우라고 한다면 나는 고약한 아우를 둔 셈이다.”(1987.11.3. 관훈토론회)

△“나는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1990년 10월. 노태우를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며)

△“역사는 기승전결로 이뤄진다. 5·16은 역사 발전의 토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역사를 일으킨 사람이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그 계승자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변화와 개혁은 그 전환에 해당된다.”(1993.5.16. 5·16 민족상 시상식)

△“있는 복이나 빼앗아가지 마시라”(1995.1.1. 민자당 대표시절 민주계의 대표퇴진론을 거론하는 세배객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자)

△“경상도 사람들이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아무 말 없는 사람, 소견이나 오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1995.6.13. 지방선거 천안역 지원유세)

△“역사는 끄집어 낼 수도, 자빠트릴 수도, 다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역사는 그냥 거기서 배우는 것이다.”(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해)

△“요즘 세대교체를 자꾸 말하는데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는 74세에 총리가 돼 4차 중동전을 승리로 이끌었다.”(1996.5.18. 대구 신명여고 강연)

△줄탁동기(1997년 자신의 대선 후원조직인 민족중흥회 회보에 사용한 신년휘호로 중국 송나라 선종의 대표적 전적인 벽암록에 나오는 글귀. 병아리가 건강하게 부화하고자 알 속에서 두드려 나갈 때가 됐음을 알리고 어미닭도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밖에서 알을 쪼아 껍데기를 깨줘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시기가 적절히 맞아야 한다는 뜻)

△“내가 제일보기 싫은 것은 타다 남은 장작이다. 나는 완전히 연소해 재가 되고 싶다.”(1997.5.29. 자민련 중앙위원회 운영위)

△“이인제 후보가 우리를 늙었다고 하는데 나와 함께 씨름 한번 했으면 좋겠다. 내가 결코 이 후보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젊다.”(1997.12.3. 충북 괴산 정당연설회에서)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슬금슬금 녹아 없어지는 것이다.(1998.6.27. 총리 서리 당시 ‘서리’ 꼬리가 언제 떨어질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인 프로스트가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있다’고 한 것처럼 저도 앞으로 가야 할 몇 마일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겠다.”(1998.10.16. 동의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특강)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총리의 위치라는 게, 아무리 공동정권이라지만 ‘델리키트’하다.”(1998.10.25. 총리가 안다고 앞장서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리 왕성한 상상력과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보를 좁히거나 의지를 약화시키는 일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때를 맞춰야 하고 그러고도 안 될 때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1998.12.15. 김대중 대통령의 내각제 약속 불이행 우려 관련 자민련 중앙위원회 연수에서)

△“백날을 물어봐, 내가 대답하나.”(2000.5.2. 일주일 만에 당사에 출근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저물어 가는 사람이지 떠오르는 사람이냐. 다만 마무리할 때 서쪽 하늘이 황혼으로 벌겋게 물들어갔으면 하는 과욕이 남았을 뿐이다.”(2001.1.9.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4·13 총선 때 자신을 ‘서산에 지는 해’로 표현한 것을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못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오늘날 사람답게 사는 것은 박 대통령이 기반을 굳건히 다져 그 위에서 마음대로 떠들고 춤추고 있는 것이라고.”(2005.10.28. 박정희 전 대통령 26주기 추도식)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내 고마움을 알 거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2015.2.2. 부인 故 박영옥 여사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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