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메시의 '침묵', 결 같은 손흥민의 '헛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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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6-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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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신태용호, 24일 멕시코전 ‘모험수’ 없인 ‘참패’

[고개 숙인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르헨티나 동료들이 메시의 재능을 흐리고 있다.”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감독이 크로아티아에 완패를 당한 뒤 남긴 말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덧붙여 “팀은 메시에게 패스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가 강력하게 이를 차단했다”고 부연했다.

아르헨티나는 22일(한국시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0-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무1패(승점 1)로 예선 탈락 위기다. 16강 자력 진출이 불가능해진 ‘우승후보’의 참담한 결과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넘치는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가 공격의 핵이다. 그런데 메시가 철저히 막혔다. 이날 경기에서 메시의 슈팅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이조차 골문을 비껴갔다. 메시를 봉쇄한 크로아티아의 해법은 강력한 전방 압박이었다.

아르헨티나는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후방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스리백 전술이다.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분석했고, 적중했다. 즐라트코 달라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평소보다 더 높은 지점에서 상대를 압박했다”며 “우리는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공을 가졌을 때 압박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메시로 가는 패스의 길목이 차단된 아르헨티나는 수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하며 무참히 무너졌다. 메시는 공을 받기 위해 중원까지 내려가 쉴 틈 없이 뛰었지만, 헛심만 뺐다.
 

[고개 숙인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이 스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의 핵은 역시 손흥민이다. 스웨덴전을 돌이켜보면 아르헨티나의 메시와 다를 바 없다. 심지어 한국 선수들의 객관적 능력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은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스코어보다 내용은 더 무기력했다. 90분 동안 시도한 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고, 유효슈팅은 ‘제로’였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패배 과정도 비슷했다. 빌드업의 실패와 상대의 전방 압박에 막힌 수비진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이 그나마 몇 차례 날카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장면은 중원에서부터 단독 드리블로 내달린 손흥민의 질주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느린 공격 전개 탓에 수포로 돌아갔다.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김신욱은 보이지 않았고, 손흥민은 공격보다 내려간 수비 라인에 발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거스 히딩크,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도 아르헨티나의 삼파올리 감독의 자책과 결을 맞췄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의 문제는 수비다. 하지만 무엇보다 손흥민의 존재감이 없다”며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를 윙백으로 쓰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전술”이라고 지적했고, 슈틸리케 전 감독도 “한국은 스스로 손흥민의 존재감을 지웠다”며 “그를 공격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24일 오전 0시 16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멕시코의 전방과 중원의 압박은 스웨덴보다 훨씬 강하다.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도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이 수비에 무게를 두더라도 공격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어차피 기존 경기력으로 멕시코를 넘긴 힘들다. 자충수를 둔 신태용 감독의 ‘트릭’이 멕시코에겐 ‘스웨덴전’이 되도록 모험수를 둬야 할 때다. ‘손흥민 살리기’를 위한 해법은 크로아티아에 참패한 아르헨티나에 나와 있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강으로 불린 팀이다. 그런 팀도 삼파올리 감독의 실패한 전술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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