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펑펑' 터지는 가상화폐 해킹 사태…손 놓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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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8-06-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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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블록체인 육성한다며 가상화폐 대책은 실종

  • 국회는 지방선거, 원 구성 지연 등 가상화폐 관련 입법 '부지하세월'

서울 중구의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지점 앞에서 한 시민이 거래 현황판을 살피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리플을 비롯해 자사가 보유한 가상화폐 350억원어치를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내 1위 가상(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마저 해커들에게 털렸다. 국회의 가상화폐 관련 입법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그 시기를 알지 못함)이고, 정부는 "수사 중"이라는 말 뿐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강화는 올 초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간담회를 열면서 보안 대책 강화 등을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조작과 6·13 지방선거 등으로 공전을 거듭하며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 역시 보안 정책을 가동하는 데는 미온적이었다. 그러는 사이 코인레일이 해킹으로 400억원 피해를 본 데 이어 빗썸이 350억원을 도난당했다.

21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등학생·직장인·주부 등을 가리지 않고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투기 수준으로 변질하자 정부와 국회는 관련 대책에 골몰했으나 엇박자를 냈고 이마저도 곧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가상화폐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다’라는 말로 투기 열기를 식히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했지만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입맛에 맞춘 정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국내 거래소들이 자연스레 해킹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머물고 만 것이다.

이 같은 정부 행보는 지난 1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발언에서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현재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로 부를 만큼 불안정한 모습“이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범정부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 강화를 통한 육성보다 규제에 초점을 둔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국회는 올 초까지만 해도 가상화폐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채이배·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앞장서 국회에서 가상화폐가 공론화되도록 힘썼다.

하지만 드루킹 특검으로 촉발한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지방선거로 한국당이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현재 관련 논의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정국을 흔들면서 법안 발의가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그나마 채 의원이 이번 해킹 사고를 계기로 정부 책임을 지적하며 국회 입법을 통한 피해 방지를 촉구했다. 채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도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고객 자산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현행법상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산업과 암호화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은 육성하겠다면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안 강화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짚었다.

채 의원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상임위원회 구성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두고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 기싸움만 이어가고 있어서다.

채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화폐 해킹방지를 위해 지난 5월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하반기 원구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 등 관련 부처가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손발을 맞춰야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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