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일 벗는 '習 도시'…기업·지방정부 깃발 꽂기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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슝안신구=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6-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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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슝안신구 첫 삽 1년, 시내 곳곳 지반 공사

  • 632조원 사업기회 찾아 입주기업 줄이어

  • 전기차·로봇 등 스마트 시티 흔적 엿보여

  • '중국제조 2025' 연계, 첨단굴기 상징되나

슝안신구 중심상업지구(CBD)가 들어설 허베이성 룽청현 전경(위)과 시내에서 지반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재호 기자 ]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차로 1시간 50분을 달려 도착한 허베이성 룽청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금융 분야의 차세대 메카로 점찍은 슝안신구(雄安新區)의 중심상업지구(CBD)가 들어설 곳이다.

슝안신구 CBD는 시진핑 집권 2기의 마지막 해이자,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리는 2022년 상반기 중 완공된다. 이미 재집권 의지를 굳힌 시 주석의 연임 확정 절차인 당대회에서 거론될 치적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슝안신구 조성 과정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총동원된다. 미국이 무역전쟁까지 불사하며 막으려 하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 '중국 제조 2025'의 성과가 드러날 공간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의류 가공업이 최대 산업이었던 시골 마을 룽청현을 찾은 이유다.
 

룽청현 시내에 입주한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슝안신구 대표처. 텐센트(위)와 톈진시 산하 건설·투자공사의 간판. [사진=이재호 기자 ]


◆"노다지 캐자" 주요 기업 입주 봇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룽청현 초입에 이르자 '룽청복장성(容城服裝城)'이라 쓰인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슝안신구 부지로 선정되기 전에는 의료 가공 및 도매업으로 지역 경제를 꾸려 왔다는 설명이 확인됐다.

시내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지반 공사가 한창이었다. 본격적인 개발을 앞둔 숨고르기로 보였다.

대부분의 건물이 아직 철거 전이었지만 인적은 드물었다. 개발 사업이 확정된 뒤 주민들이 타지로 이주한 탓이다.

대로 양편의 낮은 건물들에는 식당과 상점 대신 '슝안신구 대표처'라는 간판을 내붙인 각종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지난해 4월 슝안신구 개발 사업의 첫 삽을 뜬 이후 중국 지방정부와 내로라하는 국유기업, 민간기업이 슝안신구로 물밀듯이 몰려 들었다.

각종 인프라 구축에만 3조7000억 위안(약 632조원)이 투입되는 역사(役事)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슝안신구 내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대규모 인프라 공사 수주를 따기 위해 상하이와 톈진 등 지방정부 산하 건설공사와 국유·민간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했다"고 말했다.

슝안신구의 스마트 도시화 작업을 이끌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완료된 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방문한 텐센트 사무소 내 분위기도 분주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텐센트는 슝안신구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와 스마트 의료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슝안신구 내 첫 랜드마크 건물인 시민서비스센터(왼쪽)와 센터 내에서 각종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사진=이재호 기자 ]


영국 런던시와 일본 미쓰비시 등 해외 지방정부와 기업도 슝안신구에 사무소를 개장하고 사업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활동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발주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보니 중국 기업의 힘으로 슝안신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틈새 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기술 우위를 갖춘 친환경 등 분야에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슝안신구 시민서비스센터 내에 주차된 전기차와 충전기. [사진=이재호 기자 ]


◆1호 랜드마크 오픈, 스마트 시티 축소판

룽청현 시내에서 셔틀버스로 5분가량 이동하면 지난 4월 1일 문을 연 슝안시민서비스센터에 도착한다.

슝안신구 내 첫 랜드마크 건물이자, 현재 시내의 한 호텔을 빌려쓰고 있는 슝안신구관리위원회가 입주할 곳이다. 향후 전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된다.

센터에 들어서자 민원인보다 견학을 온 인근 지역 공무원과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 슝안신구 부지에 포함된 바오딩시 소속 공무원들도 센터 운영 현황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했다.

본동 1개와 부속동 8개 등 9개 건물로 이뤄진 센터 내 이동 수단은 중국 토종 브랜드인 치루이(奇瑞)자동차가 공급하는 전기차다.

센터 입구에는 조만간 바이두가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다.

방문객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향한 것은 민원 안내 로봇이었다. 민원인의 얘기를 듣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각종 증명서 발급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5G 통신망과 AI,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인 IPv6,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인프라가 전 지역에 도입될 슝안신구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센터를 나와 흙먼지 날리는 시내로 돌아오자 '시진핑 도시'의 진면목을 확인하기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중국의 발전을 도모할 역사적 공사"라는 시 주석의 발언처럼 슝안신구가 미국에 맞설 첨단산업의 심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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